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

올해 3·4분기 주택 부동산 시장의 양대 지표인 가격과 거래량 모두 최근 십여 년 내 최악의 지표를 보이고 있다. 불과 1년 전, 문재인 정부 내내 온갖 부동산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상승세를 보였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지속적인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의 증가는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팔고 싶어도 거래가 되지 않고, 사기에는 금리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내 집 마련의 길은 멀고 험난하기만 하다.

 

대통령 선거가 있기 얼마 전인 올해 초, 메이저 건설사에 근무하는 지인 A와 개인사업을 하는 B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야 후보 모두 주택공급에 방점을 둔 공약을 내세우던 시점이었다. 어느 후보가 당선이 되든 주택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고, 특히 윤석열 후보가 될 경우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완화가 대폭 시행되면 서울 등 대도시의 주택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

공통관심사인 정비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하던 중 B가 개인적인 의견을 하나 구했다. 앞으로 주택가격이 떨어질 것 같은데 용인에 있는 집을 지금 시점에서 팔고 현금을 가지고 있다가 하락기에 구입하면 어떨까 고민 중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 B는 수년 전 비교적 집값이 낮은 용인 기흥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고 자신은 수지에서 전세를 살고 있었다.

기흥과 수지의 집값은 같은 용인이라도 꽤 차이가 나는 상황이었지만,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양쪽 다 많이 오른 상태였다. 이렇다 할 호재도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집값이 오르자 이미 고점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 싶었고, 이 기회에 보유중인 주택을 매도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A요즘 주변 직장동료들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후배 중에는 과감하게 집을 판 경우도 많다고 조언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B는 고민만 하다가 집을 팔지도 못했고, 보유중인 주택의 가격은 계속 내려가고 있다.

사실 B와 같은 경험을 한 이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내가 산 주식은 계속 하락하고 남이 산 주식은 오르는 것, 주식을 팔고 나면 귀신같이 오는 것과 유사한 상황들이 부동산시장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부동산 격언을 모조리 외우고 있어도, 경제면의 부동산 기사를 빼놓지 않고 정독을 하더라도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현재의 내 형편으로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은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범접할 수 없을 만큼 가격이 올라 있고, ‘영끌이라고 해볼까 싶지만 불안함에 쉽사리 저지를 수도 없는 게 무주택 서민들의 입장이다.

지금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거래 절벽’, ‘깡통 전세 우려’, ‘미분양 증가등을 언급하며 아파트시장이 대폭락이라도 한 것처럼 과장되고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소설을 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언론 보도처럼 폭락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부동산시장 최일선에서 실무를 보고 있는 공인중개사들은 거래량만 줄어들었을 뿐 매매 가격이 언론에 나온 것처럼 폭락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며, 폭락할 거라고 보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최고점 대비 10~15% 떨어지기는 했지만, 이것은 폭락이라기보다는 조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 실제로 20% 가량 낮은 가격의 급매물이 나오면 바로 거래가 되고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기는 하지만, 필자 역시 폭락보다는 조정에 동의한다. 집값이 폭등하고 최고점에 달한 시기는 단기간이었다. 그리고 폭등에 불을 지핀 것은 삽질만 거듭한 부동산 정책 실패였다. 실패만 거듭한 규제일변도 정책이 급기야 정권교체의 주요 원인이 되었고, 새 정부는 규제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금은 왜곡된 부동산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조정기라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조정기를 거쳐 집값이 지금보다 더 많이 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겠지만, 급락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오히려 신규 분양의 경우 분양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원자재 가격이 꽤나 오른 상태인 데다가 신규 분양의 중심축인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최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 분양가에 그동안 반영되지 않았던 세입자 주거 이전비, 영업손실 보상비, 명도소송비 등의 필수비용이 추가되는 것으로 제도가 개편됐다. 이에 따른 분양가 상승폭도 최대 4%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금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고, 경기도 침체기인 지금 주택을 매입하는 것을 놓고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하지만 고민만 하다보면 내 집 마련의 시기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돌이켜 보자. 집값 상승기에는 상승기대로 너무 올라가는 것에 놀라 주춤거리다가 시기를 놓쳤고, 하락기에는 하락에 대한 기대만 하다가 매입시기를 놓치지는 않았는가?

지금은 과거와는 다른 부동산 시장 흐름이 시작됐다고 본다. 지금은 주택이 절대 부족하던 시대도 아니고, 사놓기만 하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시대도 아니다. 인구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고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느리긴 하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도 조금씩 완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큰 줄기에서 시장이 변화하고 있고, 이런 와중에 정권교체와 고금리가 겹치면서 주택가격이 시세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요동을 치고 있는 게 지금이다.

이런 시기에는 과거의 집값도, ‘부동산 불패도 잊는 게 좋다. 차익을 노리는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주거공간 확보라는 명제 하나만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한 시대가 됐다. 특히, 무주택자라면 내 집 마련에 좋은 시기가 도래했다고 봐도 좋다. 다주택자의 경우 세금이나 금융 부분에서 상당히 많은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다. 오히려 어떤 시점에서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매도해야 그나마 손해를 보지 않을까 고민해야 하는 형편이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다소 규제가 완화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상 다주택자라는 사항 하나만으로도 여전히 많은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을 하고자 하는 무주택세대주라면 오히려 지금이 적기가 될 수도 있다. 선호하는 지역의 매매물건을 유심히 살피다가 고점을 기록했던 시세보다 20% 내외의 급매물이 나온다면 매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어떠한 상황이든 내 집 마련에 대한 고민은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는 답안이 없다.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심사숙고는 하되 고민만 해서는 그나마 답을 찾을 가능성도 없다. 무주택자의 심사숙고가 내 집 마련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길 기원한다.

 

출처 : 대한제당 사보 2022년 가을호 / www.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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