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조합원 추첨권 박탈 행위로 위법”

“조합원들에게 일반분양 구간을 포함해 동·호수 추첨을 실시한 것은 관리처분계획에 따른 조합원들의 동·호수 추첨권을 박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는 하급심 판결(2021가단145656)이 나왔다.

A씨는 대구 중구 일대를 정비구역으로 하는 재건축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을 시행할 목적으로 설립된 B조합의 조합장이고, C씨 등 5명은 피고 조합의 조합원이다.

B조합은 지난 2015년 10월 31일 개최된 임시총회(이하 ‘이 사건 임시총회’)에서 관리처분계획변경(안)(이하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을 의결했고, 대구광역시 중구청장은 2015년 11월 27일 위 계획을 인가해 2015년 11월 30일 고시했다.

B조합은 이 사건 임시총회 당시 조합원들에게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이 담긴 ‘임시총회(관리처분계획변경)’라는 제목의 책자를 교부했다. 해당 책자에는 [별첨3] ‘신축건축물 감정평가(동·호수별 분양가)’라는 자료(이하 ‘이 사건 별첨자료’)가 첨부돼 있는데, 이 사건 별첨자료에는 각 동별 위치도와 동·호수별 분양가가 기재돼 있으며, 각 동·호수별 분양가를 정리한 표에서 전체 세대 중 조합원 분양세대를 별도의 색으로 표시해 일반분양세대와 구분하고 있다.

그런데 B조합은 이 사건 임시총회 이후 2015년 12월 30일 일부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해당 평형의 전 세대를 대상으로 조합원들이 분양받을 아파트에 대한 동·호수 추첨(이하 ‘이 사건 동·호수 추첨’)을 실시했고, 2016년 1월 4일 조합원들에게 그 결과를 통지했으며, 그 후 일반분양절차를 진행해 2016년 1월 25일부터 3일간 일반분양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C씨 등 5명은 “A씨는 이 사건 동·호수 추첨 시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이 정한 바에 따라 조합원 우선배정 구간에 한해 추첨을 실시해야 하나, 해당 평형의 전 세대를 대상으로 추첨을 실시해 원고들을 일반분양 구간에 배정하는 불법행위를 했고, B조합은 A씨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잘못이 있다”면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위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소를 제기했다.

반면, A씨와 B조합은 “이 사건 별첨자료에 표시된 조합원 우선배정 구간은 각 평형별로 신청한 조합원 수를 알기 쉽게 표시한 것일 뿐, 조합원들에게 우선적으로 분양할 세대를 특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 사건 임시총회에서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조합원 우선배정 구간 확정에 대한 결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그리고 법원은 C씨 등 5명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대구지방법원은 “B조합 조합원은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으로 정한 주택 등의 분양청구권을 가지는 만큼 관리처분계획에 따른 동·호수 추첨권을 가진다고 할 것인데, 조합원 우선배정 구간을 정하고 이를 대상으로 조합원들에 대한 동·호수 추첨을 하기로 한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에 관한 결의에도 불구하고 일반분양 구간을 포함해 동·호수 추첨을 실시한 것은 조합원들의 동·호수 추첨권을 박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 제10조(건축시설물의 분양기준)는 ‘조합원 아파트 동·호수 추첨 및 결정방법’에 관해 ‘조합원 우선배정 구간 외의 구간 중 저층부(1층~2층)와 우선배정 구간 외의 다른 동을 희망하는 조합원은 조합이 정한 동·호수 추첨일 10일 전에 우선배정을 신청할 경우 시공자와 협의해 배정할 수 있으며, 경합 시에는 제2항 제2호의 방법을 따른다’고 규정해 조합원 우선배정 구간이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면서 “이 사건 동·호수 추첨이 완료된 후 2018년 5월 31일 개최된 B조합의 정기총회에서 조합원들이 이 사건 동·호수 추첨이 조합원 우선배정 구간을 무시하고 진행된 것을 지적했으나, A씨는 ‘분양날짜가 임박해 층수에 관계없이 1층부터 추첨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답변했을 뿐, 지적사항에 대해 뚜렷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상 조합원의 우선배정 구간을 구체적으로 표시한 유일한 자료인 이 사건 별첨자료에 따르면, 이 사건 아파트의 개별 동·호실은 평형별로 조합원 분양구간과 일반 분양구간이 서로 구분되는 별도의 색상으로 표시돼 있었고, 조합원 분양구간으로 표시된 부분의 총 수가 조합원 총수와 일치한다”면서 “이러한 표시는 조합이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 이전에 배부한 동·호수별 분양가 자료의 그것과도 상이한 만큼 이 사건 별첨자료는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의 일부로서 이 사건 아파트의 조합원 우선배정 구간을 특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조합은 이 사건 동·호수 추첨 시 이를 무시한 채 이 사건 아파트 전체 세대(보류지 6세대)를 대상으로 해 그 중 조합원 수와 일치하는 156명을 추첨했고, 그 결과 원고들은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상 조합원 우선분양구간에 해당하지 않는 구간을 배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재판부는 “증인은 이 법정에서 이 사건 별첨자료에 서로 구분되는 별도의 색상으로 표시한 이유에 대해 ‘조합원 우선배정 구간을 정한 것이 아닌, 조합원들이 신청한 각 평형별 세대수를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해 별도의 색상으로 구분한 것’이라고 증언했으나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 제9조에는 건축시설물 분양에 대해 조합원 분양과 일반분양을 구별하고 있고, 일반분양에 대해서는 조합원의 동·호수 배정과 분양계약이 끝난 후 잔여세대를 분양하는 것으로 기재돼 있으며, 조합원 분양에 대해서는 이 사건 별첨자료를 참조하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는데, 증인도 ‘위 관리처분계획 제9조 및 이 사건 별첨자료에 따르면 조합원들이 조합원 분양에 대해서는 이 사건 별첨자료를 참고해서 동·호수 추점이 진행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취지로 증언한 점 ▲증인도 ‘조합원들이 사전에 어느 향이 좋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소한 조합 입장에서 조합원이 선호하는 동쪽에 신청 평형대로 표시를 했고, 통상의 거래 가능이라든지 조합원들이 선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해서 색깔별로 표시를 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증언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증인 증언만으로 이 사건 별첨자료가 조합원 우선배정 구간을 특정한 것이 아닌, 단순히 조합원들이 신청한 세대수를 파악하기 위한 자료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이 사건 동·호수 추첨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은 위법한 동·호수 추첨결과와 그로 인한 손해를 알고도 장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만큼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은 시효로 소멸했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을 경우 시효로 소멸하는데,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관련해 원고들이 구체적으로 언제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가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했다는 것을 알았는지에 관해 아무런 주장과 입증이 없는 만큼 해당 항변은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C씨 등이 이 사건 동·호수 추첨결과를 아무런 이의 없이 받아들이고 피고 조합과 분양계약을 체결한 것은 A씨의 불법행위를 용인했거나, 이 사건 동·호수 추점결과를 추인한 경우에 해당해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구할 수 없고, 이러한 손해배상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조합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A씨는 2016년 1월 14일 조합원들에게 분양계약 체결 및 중도금 대출신청을 안내하며 기간 내에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관계법규 및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현금청산자로 분류될 수 있음을 고지했고, 피고 조합은 2016년 1월 일반분양 세대에 대한 청약절차를 진행해 같은 달 25~27일 일반분양 세대의 당첨자들과 사이에 분양계약을 체결했으며, 그 이후인 2016년 2월 15~17일 조합원들과 분양계약을 체결한 점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년 2월 8일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47조 제1항 및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 제12조 제1항 제1호는 B조합으로 하여금 B조합에서 정한 기일 이내에 분양(변경)신청을 하지 않은 조합원에 대해 현금으로 청산하도록 하고 있는 점 ▲따라서 피고 조합의 조합원들로서는 이 사건 동·호수 추첨 결과에 대해 이의가 있더라도 분양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 한 계약체결을 거절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조합원들이 가처분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피고 조합과 분양 계약을 체결한 것이 위법한 동·호수 추첨으로 인해 입게 된 손해배상에 관한 권리까지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점 ▲C씨 등을 제외한 다른 조합원들의 경우 비록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에서 정한 조합원 우선배정 구간에 배정받지 못했더라도 저층부가 아니어서 실질적인 손해가 없는 이상 이의를 제기할 별다른 실익이 없으나, 원고들이 배정받은 세대는 모두 4층 이하의 저층으로서 이 사건 동·호수 추첨으로 인해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했을 개연성이 있는 점 ▲이 사건 동·호수 추첨 후 피고 조합 측에서 저층을 배정받은 조합원들에 대한 보상 가능성을 언급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 조합의 2018년 5월 31일자 정기총회에서는 ‘저층 배정자 보상방안 결정의 건’이 안건으로 제안됐으나 부결되기도 했던 점 등에 비춰볼 때 피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들의 불법행위를 용인했다거나 피고들을 상대로 위법한 동·호수 추첨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C씨 등이 주장하는 손해는 직접적인 손해가 아니라 당초 기대한 경제적 기대이익 침해라는 간접적 손해에 해당하고, 이러한 간접손해는 민법 제35조에서 말하는 손해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피고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는 B조합의 주장에 대해서는 “C씨 등은 위법한 이 사건 동·호수 추첨으로 인해 원해 배정받을 수 있었던 156세대 아파트의 시가와 분양가를 고려해 산정한 평균 기대수익에서 원고들이 취득한 각 아파트의 시가와 분양가를 고려해 산정한 실제 수익을 뺀 차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해당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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