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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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최근 구 도시정비법의 규정 내용과 취지, 체계 등을 종합해 보면, 주택재개발사업 조합설립인가 후 1인의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정비구역 안에 소재한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을 양수해 수인이 소유하게 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전원이 1인의 조합원으로서 1인의 분양대상자 지위를 가진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3. 2. 23. 선고, 202036724 판결). 결국 조합설립인가 후 구역 내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자로부터 각기 다른 사람이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양수했을 경우, 각 양수받은 사람은 그 전원이 1개의 분양신청권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고, 추후 종후자산 역시 1개의 부동산을 공유형태로 소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로서 조합설립인가 후 다물권자의 물건을 매수한 양수인에게 개별적인 분양자격이 있는지 여부와 관련한 광주고등법원과 부산고등법원의 상반된 판결에 따른 현장의 논란이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 대법원 판결로서 모든 논의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광주고등법원의 판결 등 참조).

첫째,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 제3호는 조합설립인가 후 1명의 토지등소유자로부터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이나 지상권을 양수해 여러 명이 소유하게 된 때에 이를 1명의 조합원으로 본다는 것일 뿐, 대법원의 기존 판례상 해당 조항은 조합원 지위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수인의 조합원을 대리할 대표조합원 1인을 선출하고 그 중 1인을 조합에 등록해 조합 운영의 절차적 편의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한데, 과연 위 조항의 내용만으로 개별적인 분양신청권이 제한됐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위 규정으로 인해 다물권자로부터 각 부동산을 양수받은 수인에게 조합원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 보더라도, 조합원 지위와 분양자의 지위는 명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일례로 재개발구역 내 지상권자의 경우 조합원으로 인정되지만(강제가입제), 분양신청권은 주어지지 않으며, 각 지방자치단체별 조례에 따라 과소필지의 경우 조합원이라도 분양자격이 없는 경우가 존재한다. 따라서, 구역 내 다물권자인 1인으로부터 부동산을 양수받은 수인이 가사 조합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개별적인 분양권자로서의 지위가 곧바로 제한된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대법원 판결 역시 다물권자로부터 각 부동산을 소유한 양수인이 현금청산자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 1개의 분양신청권을 공유한다는 의미여서 해당 양수인이 조합원으로서 분양권이 완전히 박탈된다고 보는 것도 아니다.

둘째, 도시정비법 제77조에서는 지분쪼개기 등 투기세력으로부터 기존 조합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기초적 내용을 이미 규정하고 있다. , 위 규정에서는 토지등소유자의 분양권과 관련해 정비구역 지정·고시일을 기준으로 건축물을 분양받을 권리를 산정하는데, 1필지의 토지가 여러 개의 필지로 분할되는 경우 단독주택 또는 다가구주택이 다세대주택으로 전환되는 경우 하나의 대지 범위에 속하는 동일인 소유의 토지와 주택 등 건축물을 토지와 주택 등 건축물로 각각 분리해 소유하는 경우 나대지에 건축물을 새로 건축하거나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고 다세대주택, 그 밖의 공동주택을 건축해 토지등소유자의 수가 증가하는 경우 등을 각 호에서 나열하고 있다.

그런데 위 조항에서 구역 내 다물권자로부터 각기 양수받은 토지등소유자의 분양권을 제한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해당 입법은 소위 지분쪼개기와 같이 투기목적에서 토지등소유자의 수를 임의로 늘려 분양권을 다수 취득하고자 하는 세력들을 제어하기 위함이며, 원래 정비사업구역 내 여러 개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토지등소유자의 수를 임의로 늘리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물권자의 경우 실제로 정비사업에서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자이기 때문에 지분 등을 별도로 나누거나 소유 형식을 바꾸는 것이 아닌 이상 각기 다른 양수인에게 소유 부동산을 양도한다고 해도 이를 두고 투기목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이 투기 목적 차단을 위한 경우를 열거해 입법한 것이라 사료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다물권자로부터의 각 부동산 양수인에게 개별적인 분양신청권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1개의 분양신청권만을 인정하는 것은 도시정비법 제77조의 입법 취지에 다소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

셋째, 입법 체계의 문제다. 도시정비법 제39조 제2항에서는 1항에도 불구하고재개발사업의 경우 투기과열지구내에서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부터는 상속·이혼 등 특수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역 내 부동산을 양수한다 하더라도 조합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반대로 해석한다면,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도 조합설립인가 후 관리처분계획인가 전까지는 얼마든지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조합설립인가 후 관리처분계획인가 전까지다물권자로부터 양수받은 조합원은 조합원이 될 수 없다고 제한해 규정한 바가 없다. 특히, 위 조항에서는 1항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사용해 마치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는 1의 규율과는 별도로 보다 강화된 독립적 규율을 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 동조 제1항 제3호에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조합설립인가 후 1명의 토지등소유자로부터 토지 또는 건축물을 양수해 다수가 소유하게 된 때해당 다수는 조합원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와 별도로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는 동조 제2항에 따라 재개발구역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후 관리처분계획인가 전까지는 자유롭게 조합원 지위의 양도·양수가 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다시 말해, 투기과열지구가 아닌 곳에서는 조합설립인가 후부터라도, ‘구역 내 다물권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한 사람은 조합원 지위를 취득할 수 없다는 것임에 반해,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는 조합설립인가 후 관리처분계획 이전이기만 하면 자유롭게 조합원 지위를 취득할 수 있다는 취지로 오인할 여지가 있다 사료되는 바, 이는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원 지위의 승계를 더욱 제한하고자 하는 입법의도와도 상충된다 할 것이다.

그리해 결국,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 제3호는 조합원 지위의 승계 여부에 제한을 두는 것이 아니라, 편의상 조합원을 1명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일 뿐, 개별적인 조합원의 지위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합당하다는 귀결에 이른다.

넷째, 정비사업과 투자지분의 문제다. 재개발사업은 비록 공익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나 정비사업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들이 자신이 소유하던 종전의 자산(토지 또는 건축물 등)을 투자해 도시정비법상 인정되는 공용환권 제도(관리처분계획 등)를 통해 종후자산을 분배받는 사업인데, 다물권자의 경우 지분쪼개기등의 행태와는 달리 실제 정비사업구역 내 여러 필지의 토지 또는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는 자이므로, 정비사업에 자신의 많은 지분을 투자하는 자임에 틀림이 없다.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다물권자에게 1개의 분양권만을 인정하는 것이 법률상 당연한 것인지 여부도 의문이지만(도시정비법 제76조 제1항 제6), 정비사업구역 내 1인의 다물권자가 이를 다시 다수에게 양도하는 행위(매매 등)를 무효라 볼 명문의 근거는 전혀 없다. 정비사업의 전체적 사업진행 과정을 고려해 보더라도 다물권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받은 자를 일반적인 부동산 양수인과 달리 취급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정비사업의 특성상 오랫동안 거주해온 사람이 해당 구역 내 여러 개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분양권을 초과하는 범위의 종전자산에 대해선 현금청산의 방법 이외에 다른 방식으로 재산권을 행사할 기회를 줘야 함이 마땅하다 사료된다. 어찌 보면 단지 정비사업구역 내 여러 개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우연적 사정만으로 다물권자에게 불합리한 재산권 제한을 하는 것은 아닌지 세심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다섯째, 부동산 매매계약상 실무와 관련한 문제 때문이다. 일례로 투기과열지구에 속한 재개발 정비사업구역 내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들은 매도인이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인지를 모른 채 관리처분계획인가 전이므로 당연히 조합원 지위 승계 및 분양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중개인 또는 매도인이 스스로 해당 정비사업구역 내 다수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 자라는 점을 미리 고지할 이유는 없으며, 그러한 의무도 없다.

반면, 매수인이 소유하고자 하는 정비사업구역 내 부동산은 재개발사업 등으로 인한 투자가치가 전부 반영된 가격으로 거래될 것인 바, 조합원 지위 및 분양신청권 제한에 관한 명백한 법률규정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매수인의 신뢰를 해칠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고 보인다.

대법원은 정비사업구역 내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으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한 각 양수인에 대해 개별적인 조합원의 지위 또는 분양권에 대한 판단은 보류한 채 각 양수인이 1인의 조합원 지위 및 분양대상자 지위를 가진다고 판단했다.

도시정비법 제76조 제1항 제6호 규정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사료되나, 기본적으로 투기 방지 및 기존 조합원의 재산권 보호 등이라는 공익적 이유를 들어 명백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구역 내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한 자의 재산권행사를 제한하고, 종국적으로 위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한 자의 개별적 분양권을 박탈한다는 것은 헌법적으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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