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채권자에 대한 조합과 조합원의 공동불법행위”

서울고등법원이 최근 조합에 채무가 있음을 알면서도 잔여 재산 전부를 조합원들에게 권리가액 비율로 분배해 책임재산을 감소시킨 경우 조합과 조합원의 채권자에 대한 공동불법행위가 성립된다는 취지의 판결(20222035665 공사대금)을 내렸다.

사정은 이렇다. A사는 토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B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으로부터 재건축사업의 정비기반시설공사를 수급해 201711월경까지 그 공사를 수행했다.

이후 A사는 지난 2018716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B조합을 상대로 조합과의 도급계약에 따라 시행한 교통영향개선평가공사의 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이하 관련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2019126“B조합은 원고에게 359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서울동부지방법원 2018가합108047, 이하 이 사건 채권)을 선고했다.

한편, B조합은 201959일 조합원 총회를 개최해 조합을 해산하고, 조합 계좌에 남아있던 예금 2190342663원 중 세금 및 청산법인 운영비용 등을 제외하고 남은 약 21억원(이하 이 사건 잔여재산)을 종전권리가액 비율에 따라 조합원 411명에게 분배했으며, 청산인을 선임하고 청산 운영규정() 및 청산예산()을 승인할 것을 결의(이하 이 사건 결의)했다.

이에 따라 피고 조합원들은 2019530일 이전에 이 사건 잔여재산에 대해 각각 0.24%, 0.27%, 0.22%의 종전권리가액 비율(이하 피고별 지분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받았으나, A사는 B조합으로부터 이 사건 채권을 변제받지 못했다.

이에 A사는 피고들을 포함한 B조합의 조합원들은 이 사건 결의 당시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고, B조합이 원고에게 공사비를 추가로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B조합의 잔여재산 전부를 분배받아 이 사건 채권의 행사와 집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손해를 입혔다면서 위 소를 제기했다.

반면, 피고 조합원들은 이 사건 결의 전인 20181013일자 조합원 총회에서 조합장 또는 임원직에서 해임됐고, 이 사건 결의가 이뤄진 후에 청산인으로 선임됐을 뿐, 이 사건 결의 중 잔여재산 분배 안건에는 관여하지 않은 만큼 이 사건 결의 및 이에 따른 잔여재산 분배를 피고들의 불법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리고 이에 대해 법원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구체적으로 서울고등법원 제21민사부는 3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존재 및 그 채권의 침해사실을 알면서 채무자와 적극 공모하거나, 채권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등으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함으로써 채권자의 채권 실행 및 만족을 불가능 또는 곤란하게 한 경우 채권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면서 “B조합이 이 사건 잔여재산을 분배한 행위는 A사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피고들 역시 이 사건 잔여재산을 분배하면 B조합이 이 사건 채권을 변제할 수 없게 돼 원고의 채권이 침해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결의에 참여, 잔여재산을 분배받음으로써 B조합의 행위에 적극 가담한 바, 위와 같은 피고들의 행위는 B조합과 함께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원고와 B조합 간 교통영향개선평가공사 진행 경과 및 공사대금 지급 논의 내용 B조합이 201957일자 조합원 총회 당시 조합원들에게 이 사건 채권에 대해 보고한 내용 B조합 내 피고들의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B조합은 위 총회 당시 관련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고, 피고들 역시 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B조합의 당시 재산 상황에 비춰 봤을 때, B조합은 원고에 대한 채무 외에는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았고, 이 사건 채권 상당의 금원을 B조합에 유보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잔여재산을 조합원들에게 분배해 이 사건 채권을 변제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B조합의 청산인은 채무의 변제 등 청산사무를 수행하고, 청산종결 시점에서 납부액·환급액 발생 여부에 따라 조합원들에게 환수·환급 조치를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합원들의 B조합에 대한 잔여재산분배청구권은 청산종결 후 잔여재산이 존재하는 경우에 한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그런데 B조합은 이 사건 결의에서 원고는 소송 중인만큼 잔여채무로 둔다고 결정했고, 청산사무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B조합의 잔여재산 대부분을 분배해 조합원들의 잔여재산분배청구권을 우선적으로 만족시킨 반면, 원고에 대해서는 관련 소송에 대한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현재까지 이 사건 채권을 변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B조합의 청산 운영규정에 의하면 관련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인용될 경우 그 인용액을 소송비 및 예비비를 통해 지급해야 하는데, 이 사건 결의에서 승인한 청산법인 예산() 중 예비비 항목은 연간 약 2773만원(상기 이외의 기타비용 예상액)’으로 관련 소송의 청구금액(35900만원)에 비해 현저히 적은 금액이고, 달리 위 예산() 중에 관련 소송 청구금액에 상응하는 항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관련 소송 청구금액과 청산법인 예산()상 편성 금액 간 차이에 비춰볼 때, B조합 및 조합원들은 이 사건 결의 당시 청산법인 예산()만으로는 원고에게 관련 소송 인용액을 지급하기에 부족하며, 분배의 대상이 된 이 사건 잔여재산만이 이 사건 채권의 만족에 필요한 유일한 재원이라는 것, 즉 이 사건 잔여재산을 분배하면 B조합의 이 사건 채권 변제가 현저히 곤란해진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B조합은 이 사건 결의 당시 원고에 대한 채무 외에는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았고, 이 사건 채권을 변제하기에 충분한 잔여재산을 가지고 있었는 바, 이 사건 잔여재산의 분배가 없었더라면 원고가 B조합으로부터 이 사건 채권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들은 이 사건 채권에 대해 피고별 지분비율로 계산한 돈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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