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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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조합은 수백, 수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정비사업의 시행자이고, 그 시행과정 또한 복잡다단하다.

정비사업조합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수많은 협력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며, 정비사업 시행 과정에서도 자체적으로 많은 비용이 지출된다. 또한 정비사업 시행과정에서는 무수히 많은 업무가 협력업체를 통해 수행되는데, 협력업체 또한 그 수가 매우 많고, 관련한 용역비용 또한 꽤 많은 금액이 지출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정비사업조합에서는 통상 정기총회에서 예산을 편성·수립하고, 총회의 의결을 거쳐 이를 확정한다. 총회를 통해 조합원으로 하여금 정비사업조합이 적정한 예산을 수립했는지, 적정한 비용이 지출됐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한편, 위 예산안에서는 불측의 추가 비용 등을 감당하기 위해 예비비항목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협력업체의 인건비 증가, 물가 상승, 기타 예기치 못한 업무의 추가 수행 등으로 예산안에 편성된 항목 이외의 비용이 지출되거나, 이미 편성된 항목이라도 정해진 예산안의 금액에 비해 지출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는 정비사업조합이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지출을 해야 할 때마다 사전에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면 시간과 비용의 낭비가 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특별시 정비사업 조합 등 표준 예산회계규정에 따르면, 조합은 예비비를 제외한 사업비 및 운영비 각 총 지출예산의 10% 범위 내에서 예비비를 편성할 수 있다(위 규정 제17조 참조).

그런데, 예비비의 범위 내에서 협력업체와 용역계약 등을 체결하는 경우, 예산에서 정한 항목 내 예산에서 정해진 비용을 아무런 제한 없이 초과해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이와 같은 의문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상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예비비의 사용이 정당한사유에 근거한 이상, 총회에서 의결 받은 예산범위액 내(예비비 금액 포함)에서의 예산 집행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예산에서 정해진 항목을 전용하는 경우라도(사안은 변호사수임료를 이사회의비 항목에서 전용한 경우), 예비비를 포함한 총 예산액 범위 내에서 계약을 체결한다면 총회 의결 없이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고 한다.

여기에서 예비비 사용의 정당한근거에 대해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설시하지는 않았으나 다른 사건에서는 이 사건 조합이 정관이나 총회 또는 대의원회의 의결로 예비비의 용도를 제한했는지 위 각 계약금액의 지출이 그와 같이 제한된 용도의 예비비 지출로서 허용되는 것인지 위 각 계약 체결 당시 가용한 예비비가 남아 있었는지 이 사건 조합이 예비비를 집행해 위 각 계약금액을 지출했는지 여부 등을 통해 이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정리하자면, 예비비를 포함해 예산 총액이 설정돼 있고, 예비비의 사용이 해당 사업비 항목별 금액에서 다소 초과하는 정도라면 예산 총액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계약이 가능하며, 이 때에는 별도의 총회 의결이 필요 없고,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구체적 사정에 따라 조합 정관 내지 내부 의결에 따라 예비비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경우 또는 정비사업조합이 별다른 이유 없이 새로운 용도의 항목을 신설해 추가 예산집행을 하는 경우엔 총회 의결을 득하는 것이 절차상 안전하다 할 것이다.

각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해 예산안 집행에 대해 세심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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