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 ‘도시정비법 일부개정 주요 내용과 함의’

지난해 8월 발표된 국민주거 안정실현방안(8·16 대책)’에서 제시됐던 정비사업 관련 규제개편안이 대거 반영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지난 6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히, 이번 개정에는 역세권 등 용적률 상향 통합심의 의무화 정비계획 입안요청제 도입 공공시행자·신탁사 사업시행 특례 공공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조정 등 정비사업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건설동향 브리핑 도시정비법 일부개정 주요 내용과 함의를 통해 정비사업 규제완화 및 절차개선과 관련되는 사항 중 특히 중요한 함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다섯 가지 사항에 대해 중점적으로 고찰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역세권 용적률 추가 완화 : 사업성 개선 및 도심 주택공급 확대 효과

정비구역이 역세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용도지역 또는 용적률을 법적상한의 1.2배까지 상향할 수 있도록 법률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이에 따라 서울특별시 내 제3종 일반주거지역 기준 준주거지역 상향을 통해 용적률 최대 400%까지 건축이 가능해졌다.

, 추가로 건축 가능한 용적률의 75% 이내에서 시행령과 조례로 정하는 비율을 공공주택으로 공급해야 하며, 시행령으로 정하는 비율에 따라 공공주택 중 일부는 분양(공공분양, :)이 가능하다.

정확한 판단은 시행령과 조례 개정이 완료돼야 가능하겠지만, 현행 도시정비법 제54조 또는 공공재개발·재건축사업에 적용되는 수준으로 공공주택 공급 비율이 정해지고, 무엇보다 공공주택 중 분양 비율이 높을 경우 사업성 개선에 유의미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축물은 표준건축비로, 토지는 무상으로 기부채납하는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공공분양주택은 건축물은 기본형건축비+가산비로, 토지는 감정평가액의 50% 이상의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는 비율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분양주택은 공공임대주택에 비해 토지등소유자에게 거부감이 적을 뿐만 아니라, 사업성 개선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는 만큼 사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동시에 주택 선호도가 높은 역세권에 제3종 일반주거지역 기준 연면적 100%p 이상의 주택 공급 확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통합심의 의무화 및 계획변경 통합처리 : 사업속도 향상

- 통합심의 의무화

사업시행계획 수립 시 필요한 건축심의 및 각종 영향평가 심의(교육환경, 교통, 환경 등)를 통합해 실시하도록 했다. 기존 통합심의는 공공재개발·재건축에만 전적으로 적용되고,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도 제한적으로만 적용되던 특례였으나, 이를 모든 정비사업에 공공재개발·재건축 수준으로 확대하고 강행 규정화한 것. 이에 따라 정비사업 추진 속도가 대폭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법에 따른 주택건설사업에서는 건축심의와 각종 영향평가 심의를 통합해 실시할 수 있는 규정이 존재했으나(임의규정), 도시정비법에 따른 정비사업에서는 통합심의 규정이 부재했다.

이에 지난 20217월 공공재개발·재건축사업을 신설하면서 주택법에 따른 통합심의 범위를 넘어, 교육환경평가와 환경영향평가도 함께 심의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임의규정)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 또한 공공 정비사업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었으며,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해 민간 정비사업에도 통합심의를 도입하려 했으나, 조례로 가능한 범위(부지면적 5미만)에서만 제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제도적 환경으로 일반적인 민간시행 정비사업은 모든 심의를 개별적으로 받아야 했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영향평가 심의 결과로 인해 이전 단계인 도시계획 또는 건축계획을 큰 폭으로 변경하거나, 심의위원회 간 이견이 발생해 이를 조율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많았다.

- 계획변경 통합처리

정비계획 및 사업시행계획에 필요한 심의와 조합총회를 각각 통합해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인·허가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비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층수 상향을 포함한 중대한 규모의 건축계획 변경, 밀도 상향이나 종교시설 처리, 교육환경평가에 따른 사업계획 변경 등 여러 이유로 정비계획과 사업시행계획을 함께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사업시행계획 인가 후 시공사를 선정한 사업구역 중 다수가 시공사 선정 후에 정비계획과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하는 절차를 거쳐 왔는데, 이 경우 지금까지는 정비계획 변경 절차부터 시작해 사업시행계획 변경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만큼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앞으로는 역세권 등에서 용적률 추가 상향이 가능해짐에 따라 기존 사업장에서도 정비계획 및 사업시행계획 변경 소요가 상당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계획변경 통합처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사업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산연이 지난해 10~11월 실시한 서울시 내 전() 정비사업 구역(당시 437개소)의 조합·추진위원장과 10대 시공사 실무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두 그룹 모두 가장 필요한 제도개선 사항으로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꼽은 바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이번 제도개편은 현장에서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비계획 입안요청제 : 재개발사업 신규 추진 활성화

정비계획 입안요청제는 이번 입법을 통해 새롭게 도입된 제도다. 기존의 정비계획 입안 주민 제안방식은 현황 조사, 정비계획안 마련, 높은 동의율 등 각종 요구 조건으로 구역 경계가 확실하고, 사업성과 자금모금 여력이 양호한 소수 재건축단지 외에는 거의 활용되지 못해왔다.

특히, 재개발사업 대상 구역의 경우 구역 경계가 모호하고, 토지등소유자들의 모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토지등소유자들의 경제적 여력의 차이가 커 기존의 주민제안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실정이었다.

입안요청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노후주거지의 토지등소유자는 정비계획안 등을 마련하지 않고도 시장·군수·구청장 등 입안권자에게 정비계획의 입안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입안 요청을 받은 입안권자는 4개월 내(2개월 범위 내 1회 연장 가능)에 정비계획의 입안 여부를 결정해 토지등소유자 및 정비구역의 지정권자(시장, 군수, ·광역시장 등)에게 알려야 하며, 입안권자가 정비계획을 입안하기로 결정 또는 통지한 경우 정비구역 지정권자는 토지이용, 주택 건설 및 기반시설의 설치 등에 관한 기본방향을 작성해 정비계획의 입안권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이는 과거 서울시가 운영했던 사전검토요청제도와 현재 수시선정 방식으로 운영 중인 신속통합기획을 도시정비법에 명문화한 것으로, 신속통합기획이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될 수 있는 제도적 근거와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입안요청제가 도입됨에 따라 사업성이 양호하고 주민들의 추진 의지가 높으나, 행정기관의 관심과 지원 부족 등의 이유로 사업이 추진되지 못했던 지역, 특히 사업성이 양호하고 추진 의지가 높은 재개발사업지의 신규 추진이 동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비계획 수립에는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며, 이것이 지금까지 정비예정구역에서 정비계획 수립이 지연되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만큼 현실적으로 정비계획 입안이 요청되더라도 예산상의 제약으로 인해 요청이 받아들여져 정비계획 수립 및 지정까지 이어지는 구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입안권자가 요청을 받아들여 입안하기로 결정한 경우(임의규정) 지정권자는 정비계획의 기본방향을 작성해 제시하도록 하고 있는데(강행규정), ·광역시처럼 입안권자와 지정권자가 다른 경우 정비계획 수립 예산 보조와 인·허가 과정에서 주요 사안에 대한 실질적 권한 등으로 인해 충돌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광역자치단체와 비교해 기초자치단체가 주민 여론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정치적 이유로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 간 갈등과 긴장이 발생하기도 하는 만큼 자치구청이 재량껏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이 풍부한 일부 자치구의 경우 광역자치단체와의 충돌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시행자·신탁사 특례 : 제도 적용 시·군 정비사업 신속 추진

공공시행자와 신탁사의 사업시행 특례 또한 정비계획 입안요청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신설된 제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시행자와 신탁사가 사업을 시행하는 것에 대한 주민동의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장에 한해 정비계획 수립 없이 정비구역 지정을 먼저 제안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 정비계획과 사업시행계획을 통합 수립해 정비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재개발사업은 1996년 이래, 재건축사업은 도시정비법 제정 이래 정비구역 지정과 정비계획 결정을 동시에 하도록 해왔다. 하지만 구역 지정의 효과와 정비계획 결정의 효과가 많이 다를 뿐만 아니라, 양자를 동시에 결정하는 것이 사업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만큼 경우에 따라 이 둘을 분리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자체의 정비계획 수립 예산이 부족하거나, 의지·지원역량 부족 등으로 계획 수립이 늦춰지고, 정비구역 지정이 소극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구역지정과 계획 결정을 분리하고,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드는 정비계획과 사업시행계획 수립과정을 전문성과 자금력을 갖춘 기관(LH, 신탁사 등)이 주도하거나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사업 동력을 확보하고 진행 속도를 대폭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정비계획과 사업시행계획을 통합해 수립하고, 조합방식으로 추진 시 필요한 각종 총회 등의 소집에 소요되는 시간도 줄일 수 있는 만큼 토지등소유자와 시행자간 큰 갈등 없이 원만하게 사업이 진행될 경우 조합방식 정비사업에 비해 신속하게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탁사가 시행하는 사업에서는 일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신탁사는 기본적으로 충실의무에 기반해 사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토지등소유자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해야하는 구조인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비계획과 사업시행계획을 동시에 수립하게 되면 변수가 늘어나 사업 추진에 도리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허가권을 보유한 공공기관과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고, 공공성에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는 공공시행자와는 달리, 신탁사는 수익성과 토지등소유자의 요구사항 반영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어 인·허가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이외에도 구역지정 단계에서 다수 신탁사가 주민동의 확보를 위해 경쟁하는 경우 과거 조합방식 사업시행에서 추진위원회 또는 각종 준비단체가 난립했던 것과 유사한 문제가 재발할 우려도 있다.

 

공공재개발 : 임대주택 부담 완화, 공사비 급등으로 악화된 사업성 개선

공공재개발사업은 지난 20205·6 대책에서 처음 제시된 것으로, 용적률 상향을 통한 사업성 개선과 시공자 조기선정, 통합심의 적용, 전문성과 자금력을 갖춘 공공시행자의 시행을 통한 신속한 사업추진 등에 대한 반대급부로 공공기여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용적률 상향분의 20~50%를 공공에 공급해야 하며, 공급가격은 건축물은 표준건축비로, 토지는 무상으로 기부채납해야 하나, 공공재개발이 처음 도입됐던 당시와 비교해 현재는 공사비가 대폭 증가했고, 금리는 크게 높아졌으며,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분양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진 상황이다. 특히, 공공임대 등 높은 공적주택 공급 부담으로 인해 일반적인 민간 정비사업 대비 사업성 개선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사업성이 나빠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번 제도개편에서는 사업시행자가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공공임대주택 등의 비율을 지자체가 지역 여건을 고려해 조례로 완화하고, 공공주택 중 일부를 분양(공공분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분양 주택의 경우 앞서 역세권 지역 용적률 추가 완화 시와 동일하게 건축물은 기본형건축비+가산비, 토지는 감정평가액의 50% 이상의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는 비율로 정함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공급 시와 비교해 사업성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용적률 완화가 모든 역세권 등 지역에, 통합심의와 시공자 조기 선정은 모든 정비사업장에 적용되게 됨에 따라 이를 핵심 특례로 제공하던 공공재개발사업의 매력은 상당히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시·군에서 진행되는 공공재개발사업에는 신설된 공공시행자 사업시행 특례가 새롭게 적용되고, 사업성이 좋지 않은 곳, 특히 공공시행자 사업시행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는 지역의 경우 공공재개발사업의 수요가 여전히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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