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마을을 새롭게 재건하거나 트렌드와 특색에 맞게 탈바꿈한 마을이 있다. 주민들이 힘을 합해 알록달록하게 꾸민 마을의 벽화들이 이야깃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보는 즐거움을 더하는 곳. 역사 탐방과 도심 관광 코스를 한 번에 해결해주는 마을 탐방을 즐겨보자.

 

기찻길과 벽화가 있는 리틀 이태원 평택 국제중앙시장

평택은 1952년 송탄에 주둔한 오산공군기지를 비롯해 미군 부대 캠프 험프리스가 자리 잡고 있으며, 평택 국제중앙시장은 다국적 음식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지역 명물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 공군 부대 소속 외국인을 위해 상점 거리가 형성됐고, 현재 소품 판매점과 벽화골목, 기찻길 등 글로벌 관광 명소로 꼽히며 리틀 이태원이라고 불리고 있다.

평택 국제중앙시장은 1950년경 미군기지가 생기면서 근무하는 군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생긴 시장이기에, 미국 스타일의 상점들을 비롯해 다양한 나라의 물건과 음식들을 파는 곳들이 많다. 외국인 대상 상점이 많지만, 내국인이 이용할 만한 시장 느낌의 상점도 있어서 다채로운 매력을 풍긴다.

평택 국제중앙시장의 핫플레이스는 역시 기찻길을 사이에 두고 꾸며진 벽화거리다. 좁은 골목길에 철도가 다녔다는 사실도 신기하지만, 뉴욕 도심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멋스러운 벽화들이 즐비하다.

 

후삼국시대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있는 곳 포천 관인문화마을

포천시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관인면의 역사는 과거 후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궁예의 학정을 못 이긴 어진 관리들이 관직을 버리고 모여 살던 동네가 바로 관인면이다. 관인면은 1945년 광복 이후 북한의 소유였으나 6.25 전쟁 이후 한국이 수복했으며, 6.25 전쟁 당시 폐허가 된 관인마을을 미 제40사단이 재건했다. 마을 입구에서 재건 기념비를 발견할 수 있다.

수복 이후 관인면은 북한에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들이 많이 살았으나, 1960년대 이후 점점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노후화됐다. 그러나 2017년 경기도 관광테마골목 육성사업을 통해 관인면사무소를 출발 지점으로 마을의 기억과 역사를 담은 골목길로 조성됐고, 벽화를 배경으로 한 이색 데이트 명소로 많은 사람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이곳이 더 특별한 이유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오랫동안 마을에 살며 옛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 주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마담 김순자의 특제 옛 커피라는 문구를 걸고 운영하는 고향다방, ‘우리동네 사랑방이라는 따뜻한 벽화와 문구로 사람들을 반기는 담벼락, 도시에서 보기 힘든 제비집을 볼 수 있는 행운의 제비길 등은 관인문화마을을 특별하게 하는 요소들이다.

관인문화마을의 명물은 어려웠던 시절을 대변하는 음식인 감자 탕수육이다. 먹을 것이 없어 어려웠던 시절에 자식, 손주들이 찾아오면 고기 대신에 구하기 쉬운 감자를 탕수육 소스에 묻혀 먹었다고 한다.

 

다양한 마을을 체험하는 묘미 파주 돌다리문화마을

파주 돌다리문화마을은 지난해부터 사잇길 프로젝트사업지로 선정돼 조성된 체험형 테마마을로, 법원읍 가야4(해바라기 마을대능4(벽화마을대능5(문화창조빌리지)로 이뤄졌다.

가야4리의 해바라기는 마을의 마스코트다. 돌다리 문화마을 초입에서 해바라기 꽃밭을 만날 수 있으며, 6월과 10월 해바라기가 가장 풍성하게 피어나 관광객을 반긴다. 해바라기 마을에서 벽화마을로 가는 길에는 갖가지 연등으로 장식된 나무다리가 있는데, 불이 켜지는 밤에 더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다. 다리 앞에 있는 LED 광장은 밤이 되면 바닥에 예쁜 꽃밭 영상이 그려져서 또 하나의 볼거리로 밤을 수놓는다.

대능4리 벽화마을은 오래돼 초라해진 집들을 하나하나 색칠하고 덧대어 새롭게 만든 마을이다. 벽화는 전문가가 그린 것도 있고, 주민이 직접 그린 것도 있다. 이곳의 벽화가 다른 마을의 벽화와 다른 점은 바로 창의력이다. 벽에 난 창문과 벽에 난 구멍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기본. 벽에 난 금에는 바느질하는 여인이, 벽의 울퉁불퉁한 면은 풍성한 나무 기둥이 장식돼 있기도 하다. 미로 찾기와 달고나 게임, 틀린 그림 찾기까지 벽화로 돼 있어서 재미를 준다.

대능5리에는 문화창조빌리지가 조성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달빛공방은 문화창조빌리지의 시그니처 스토어로, 등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갖가지 연등으로 장식돼 문화빌리지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빛마루 광장에서는 주민회의도 열고 공연 프로그램을 열기도 한다.

 

전통과 트렌드가 공존하는 거리 수원 행리단길

행리단길은 행정학적으로 화서공원부터 수원화성 화홍문까지의 총 거리 612m를 말하지만, 넓은 의미의 행리단길은 행궁로, 신풍로, 정조로 일원, 장안문과 팔달문 사이의 도심 전체를 포괄한다. 행리단길의 가장 큰 매력은 과거와 현대, 전통과 트렌드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행리단길을 굳건히 지키는 수원화성(水原華城)은 조선정조 시기에 지은 수원시의 성곽 건축물로, 수원시의 상징이자 랜드마크다. 수원화성은 창룡문(), 화서문(), 팔달문(), 장안문() 4개의 문루로 이어져 있으며, 뛰어난 건축술로 인해 199712월 유네스코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화성행궁은 화성 안에 건축된 행궁으로 수원화성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건축의 백미로 꼽힌다. 임금님의 행차 시 거처하던 임시 궁궐로 국내 최대의 규모다운 아름다움과 웅장함이 깃들어 있다.

화성의 화서문 주변에 있는 화서공원은 수원성곽을 따라 걷기 좋은 공간이다. 화홍문은 수원화성의 북수문으로 7개의 무지개 모양의 수문이 설치돼 특색있는 경치를 자아내며, 조선 후기에 건립된 수원화성의 네 개의 각루 중 동북쪽 각루인 방화수류정도 행리단길을 찾을 때 지나쳐서는 안 되는 곳이다.

행리단길은 이렇게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이 골목 곳곳에 숨어있는 벽화와 감성 충만한 상점들로 이뤄진 길이다. 수원에서 행리단길은 서울의 가로수길, 경리단길, 망리단길, 송리단길 못지않은 번화가로, 평일에도 주차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붐빈다. 가족 단위부터 MZ 세대까지 그 모두를 품어주는 팔색조 같은 모습이 바로 행리단길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김포의 옛 역사를 만나는 곳 김포 북변동 백년의 거리

북변동 백년의 거리는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김포의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곳으로, 김포의 역사가 시작된 원도심답게 역사의 현장과 레트로의 정수를 오롯이 경험할 수 있다. 1907년에 개교한 김포초등학교와 일제강점기 때인 1910년에 문을 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송미여인숙은 110년이 넘는 세월을 견딘, 그야말로 김포 역사의 산증인이다. 이외에도 북변동 백년의 거리에는 기본적으로 30~40년 이상 된 노포들이 많다. 그 중 아트프라자는 김포에서 제일 오래된 문방구다.

골목 사이사이 아름다운 벽화를 따라 걷다 보면 골목 끝으로 김포향교가 나타난다. 북변동 100년 역사를 한참 앞서간 곳으로 1127년 고려 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전쟁 직후에 건축된 1950년대 석조성당인 김포성당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절충된 모습은 이 거리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만화 캐릭터가 연상되는 인물이 입혀진 카페 해동 1950은 김포 최초의 서점인 해동 서점을 리뉴얼해 카페와 소품숍으로 변신했다. 그 맞은 편에 위치한 ㅂㅂ갤러리는 오랫동안 운영됐던 안경점이 폐점한 후 12년간 비어 있던 공간을 활용해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ㅂㅂ갤러리 뒤편으로는 김포 북변시장을 만날 수 있다. 김포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매월 2일과 7일에 오일장이 들어선다. 북변동 백년의 거리는 골목마다 각 점포마다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과거를 추억하고 변화하는 현재가 공존하는 시간 여행을 경험하고 싶다면 북변동으로 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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