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 “상가쪼개기는 여러 분쟁 유형 중 하나 … 근본적 원인은 제도 미비”

최근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많은 구역에서 상가와 관련된 분쟁이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지난 106일 건설동향 브리핑 재건축 상가 관련 분쟁의 주요 쟁점 분석보고서를 통해 사업단계별 분쟁의 유형과 원인을 짚어보고,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상가 관련 분쟁, 1기 신도시 재정비 걸림돌 될 듯

재건축사업은 기본적으로 주택과 상가가 원만하게 협의해 토지를 분할하지 않고 통합해 개발하는 것이 전체 이익의 극대화에 가장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과 상가 소유자 간 분쟁이 발생하는 원인은 기본적으로 이해관계 및 주된 관심 사항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오프라인 상권이 쇠퇴하는 상황 속에서 재건축사업지 내 상가는 규모도 작고 시설이 노후해 상권이 쇠퇴하고 임대료가 저렴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상가소유자들도 재건축사업 추진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해관계와 주된 관심 사항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두 집단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은 개발이익 분배 또는 각 단체가 생각하는 정당한 몫을 정하는 것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상가측은 본인들의 종전자산 가치가 주택 대비 충분하게 평가받지 못한다거나, 영업손실에 대한 별도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별도 비례율을 적용해 추가적인 몫을 배분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 더해 최근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도 높다. 누군가 이득을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제로섬(zero-sum) 구조 속에서 이러한 요구가 주택소유자들과의 갈등을 야기하는 것.

1기 신도시 재정비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 속에 지금과 같이 상가 관련 분쟁이 빈번하고 심각하게 발생한다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기 신도시 재정비에서는 몇 개 구역을 통합한 사업추진을 장려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는데, 이 경우 상가가 구역 내부에 위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져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사업단계별 분쟁 유형

주택과 상가 소유자 간 분쟁은 주로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인가 단계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각 단계별로 발생하는 분쟁의 유형 또한 상이하다.

 

- 조합설립인가 단계

조합설립을 위해서는 동별동의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일반적으로 이 단계가 소수파인 상가 소유자의 협상력이 가장 강할 때다. 반면, 다수결로 결정되는 의사결정 구조 속에 이 단계를 지나면 상가소유자의 협상력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상가협의회는 이 단계에서 주택소유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추진위원회와 주요 사안을 협의하게 되며, 원만한 타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이 지연되게 된다. 구체적인 협의 사항과 내용은 대상지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주로 논의되는 사안은 비용 및 개발이익 배분 방식 주택 분양을 위한 산정비율협의 조합 임원 및 대의원 구성에서의 상가측 배분 규모 상가 관련 주요 사안에 대한 협의 방식 등이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양측 대표가 날인한 서면 합의서를 조합창립총회 안건에 부쳐 결의를 받아 계약적 구속력을 획득할 수 있지만,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 조합은 공유지분으로 묶여 있는 상가분 토지를 분할해서 별도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 중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67조의 공유토지분할 특례조항 적용이 가능한 경우 추진위원회는 소송의 당사자가 돼 해당 상가를 제척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조합설립을 거쳐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까지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

대법원은 재건축사업에서의 토지분할 소송을 민사소송인 공유물분할소송으로 보고 있다. 공유물분할청구소송은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으로 공유자 모두가 소송상 당사자가 돼야 하는데, 이 경우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천명에 이르는 주택단지 공유자들을 파악하는 것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소장을 송달하는 등의 절차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도시정비법에서는 상가 등 독립된 건축물 소유자들과의 합의가 원만하지 않은 경우에도 원활한 사업추진이 가능하도록 공유토지분할 특례조항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면 조합 또는 추진위원회가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고, 토지분할 소송을 청구한 경우 토지분할이 완료되지 않아 동의요건에 미달하더라도 조합설립인가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상가를 제척하고 사업을 추진하기 용이하지 않은 구역도 다수 존재한다. 이 경우 상가측이 사실상 재건축 거부권을 가지게 되는 구조여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특히, 조합설립 동의를 조건으로 상가측이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 요구를 주택소유자들이 수용하지 않고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 그만큼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상가제척 후 사업추진이 용이하지 않은 예로는 토지등소유자의 수가 전체의 10%를 초과하는 등의 사유로 토지분할 특례를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 주상복합 건축물이거나 상가와 주택이 지하주차장을 공유하는 등의 사유로 토지분할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대상 상가가 사업구역 내부에 위치해 토지분할 시 사업추진 여건이 심대하게 나빠지는 경우 등이 있는데, 이 중 토지등소유자 수 10% 이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하려고 상가소유자들이 의도적으로 쪼개기를 통해 소유자의 수를 늘리는 경우도 종종 보도되고 있다.

과도한 요구의 예로는 상가에는 비례율을 차등 적용해 권리가액을 과도하게 높여달라는 요구 차등 비례율과는 별개로 추가로 영업손실 등에 대한 과도한 보상(배당)을 요구하는 경우 매각 후 조합에서 탈퇴를 원하는 자의 자산을 시세 대비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 매수해 달라는 요구 기타 형평에 어긋나는 개발이익 배분 요구 등이 있다.

반면 상가측이 사실상의 거부권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 협상력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복리시설 구분소유자 수가 5명 이하여서 동별동의요건 충족 대상이 아닌 경우 협상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다수결의 논리에 의해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상가소유자들은 사업 과정 및 개발이익 분배에 있어 본인들의 권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

조합설립인가 단계에서 작성되는 합의서는 대게 주요 쟁점에 대한 큰 틀을 규정하는 수준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합의서를 기준으로 사업추진 과정에서 상호 협의를 통해 결정하게 되는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주로 주택단지의 건축설계, 특히 상가의 위치, 규모, 동선설계 등과 관련해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상가 관련 주요 사안을 충분히 협의하면서 건축설계를 진행하는 경우 큰 갈등 없이 사업이 진행될 수도 있으나, 여러 이유로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주택소유자들이 다수를 이루고 실권을 가지고 있는 조합이 상가측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기도 하며, 만약 당초 합의한 협의 방식이나 내용과 중대한 차이가 있다면 사업시행계획 및 인가취소 소송이 제기되거나 조합 집행부 교체를 시도하는 등의 분쟁이 발생한다.

많은 이해당사자가 존재하는 만큼 협의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끝내 합의에 실패할 수도 있다. 조합 집행부는 이 과정이 불필요하다거나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과도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이 경우 다수결 원리에 따라 또는 조합장 직권으로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때 소송이 제기되기도 하는데, 만일 조합의 의사결정이 합리적인 사유 없이 당초 합의 내용을 심대하게 침해한다면 소송이 인용될 수도 있으며, 불만을 가진 세력이 비대위를 구성하는 등 조합 내분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

조합원 분양설계, 종전·종후자산가치 평가, 사업의 수입·지출 계산을 통해 조합원별 비용분담과 권리귀속 관련 사항을 결정하는 관리처분계획 수립 과정에서는 주택과 상가조합원 간 종전자산평가금액의 적정성, 분양 우선순위 및 금액, 비용 및 개발이익 배분 등과 관련한 갈등이 주로 발생하고 있다.

관리처분계획 수립에 있어 합의 내용을 변경해야 할 충분하고 객관적인 필요성이 없음에도 조합이 임의로 합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상가조합원들이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는 경우,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한 것이기에 관리처분계획이 취소될 수 있다.

또한 당초 합의서에는 주요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합의의 큰 틀을 지킨다고 할지라도 관리처분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간 상당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당초 합의서에 관련 사항을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은 경우 개발의 비용과 이익 분배 방식, 주택과 상가조합원 간 주택 분양 순서 및 금액 등과 관련해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종전자산평가금액 및 상가 분양과 관련해서는 상가조합원 간에도 종종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제도 미비로 인한 분쟁 증폭 및 불필요한 분쟁 유발

재건축사업은 많게는 수천명에 이르는 이해관계자들이 일종의 동업을 통해 시행하고, 또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인·허가청 등 공공기관 및 협력업체와의 협의·협상을 통해 진행된다. 따라서 사업 과정에 분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일견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 모든 분쟁을 문제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다만, 현재 재건축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주택과 상가소유자 간 빈번하고 심각하게 발생하는 분쟁의 원인은 상당 부분 게임의 룰에 해당하는 제도의 미비와 잘못된 제도설계에 있으며, 이로 인해 갈등이 불필요하게 증폭되거나 유발되는 측면이 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현행 법령에서는 주택과 상가소유자 간 협상에서 주요 쟁점 사안들에 대해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상당 부분 당사자 간 합의에 맡기고 있는 분야가 많다.

예를 들면 재건축사업에서 흔히 활용되는 독립정산제의 경우 법에는 다수가 주택소유자들로 구성된 조합과 관련된 사항만 규율하고 있을 뿐, 상가협의회의 지위, 구성, 권한 등을 전혀 규율하고 있지 않아 조합과 상가협의회 간 합의로만 규정되고 있다.

또한 상가협의회와 관련한 계약업무나 정보공개 관련 사항이 충분하게 규율되지 못해 상가집행부에 대한 상가조합원들의 견제가 어려워 집행부의 비리가 발생하기 더 용이한 환경으로, ‘산정비율을 조합의 정관에서 정하도록 해 상가와 주택소유자 간 갈등을 불필요하게 확대·증폭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재건축에서는 사업으로 발생하는 실질적인 손실에 대한 보상 규정이 부재해 분쟁이 심화되거나 복잡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종 사회정의에 반하는 결과도 발생하고 있다.

재개발과는 달리 재건축에는 영업손실 보상 규정이 없는 만큼 조합원들이 별도 합의를 통해 보상금 지급을 결정하지 않는 이상 상가조합원들이 영업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 추가 보상이 합의되는 경우 보상금은 상가소유자에게 지급되는데, 문제는 상가 소유자 중 직접 영업하지 않고 임대를 놓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수 현장 관계자 인터뷰에 따르면 소유자 중 일부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세입자에게 나눠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고 독식하는 경우도 있다.

주택과 달리 상가는 분할이 쉬운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상가쪼개기또한 문제다. 상가쪼개기는 다른 조합원들에게 경제적 손해를 끼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정비율을 정하기에 따라 일반분양분을 감소시키기에 공익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울러 비정상적 조합원의 증가는 조합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왜곡시키며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할 우려도 크다.

이러한 제도 미비의 원인 중 하나는 민간개발사업으로 분류됐던 재건축사업의 연원에 기인한다.

과거 주택건설촉진법에 근거해서 추진됐던 재건축사업은 조합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민간사업으로 분류됐기에 관에서는 조합설립과 사업계획 승인 등에 관해서만 담당했고, 대부분 조합설립에 동의했기에 별도의 손실보상 규정도 부재했다. 이러한 특성이 도시정비법 제정 후 공법적 규제를 받기 시작했음에도 여전히 남아 있어 앞서 말한 주요 사안을 제도에서 충분히 규율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 해결방안 마련해야

지난 92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는 재건축 상가-주택소유자 분쟁 개선방안으로 권리산정일 조기화를 통한 상가쪼개기 관련 내용만이 포함됐다.

하지만, 준공 후 30년이 지나면 재건축사업이 추진될 수 있음이 명확하고, 사업성이 양호한 단지 분석이 어렵지 않게 가능한 상황 속에서 권리산정일을 지자체장 고시일로 앞당긴다고 해도 쪼개기는 그 전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으로 쪼개기 문제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고찰과 원인 해결 없이 단순히 행위를 막는 것만으로는 정책효과에 한계가 명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주택과는 달리 상가는 쉽게 분할할 수 있으며, 분할 후 각각의 소유자에 조합원 자격이 온전하게 주어진다. 서울시 재개발사업처럼 분할 후 과소필지 소유자에게는 원천적으로 주택을 분양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상가상가만 허용)이나, 일정 시점 이후로 분할 시 분양권이나 의결권에 제약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현행 관리처분 방식은 종후자산 배분에 있어 형평성에 상당한 문제가 있어 여러 요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대체로 종전자산이 적은 조합원이 이익을 보고 종전자산이 큰 조합원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쪼개기가 발생하는 것은 이러한 구조 속에서 쪼개기를 통해 소규모 상가의 조합원이 되면 상당한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관리처분 방식 전반을 손보는 것은 중장기 과제로 남겨두더라도, 분할한 과소상가 소유자에게는 권리가액 이상의 종후자산 취득분에 대해서 세제상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등의 페널티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앞서 살펴봤듯 주택과 상가 간에는 여러 유형의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상가쪼개기는 이 중 일부에 불과하며, 가장 중요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유형의 분쟁도 아니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에서 여러 사례를 검토해 본 결과, 가장 해결하기 어렵고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한 분쟁은 조합설립인가 단계에서 상가측이 사실상 재건축 거부권을 가지고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우 또는 동별동의요건에 해당되지 않아 소수자의 정당한 권익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라고 판단된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제도개편 방안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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