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관리처분변경 등을 위한 총회 앞둬

모든 사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정비사업은 특히 더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일례로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 어려움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거나 사업성 저하에 직격탄으로 작용하는 정책변화 등이 있을 경우라면 정비사업 현장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외부환경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사업지연 요소가 된다.

여기에 하나 더. 정비사업은 적게는 수백명, 많게는 수천명이 자신의 집을 담보로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그 어떤 사업보다 구성원들의 단합이 중요한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비사업 현장들은 일부 토지등소유자들의 집단이기주의나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불신 등으로 심각한 분쟁에 빠지곤 한다. ,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합원들을 선동, 사업진행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만드는 경우도 잦다. 때문에 많은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지연 이유 중 가장 큰 문제로 내부의 적’, 즉 분쟁을 꼽는다.

이러한 가운데 조합과 조합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사업진행에 열정을 보이며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현장이 있어 눈길을 모은다. 미분양 적체, 입주율 부진, 공사비 급증,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경색 등 각종 악재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있는 와중에도 성공적인 사업완료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좌천범일구역 통합3지구가 그 주인공이다.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동 252-1562번지 일대 44226.70를 대상으로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옛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좌천범일구역 통합3지구는 건폐율 34.13%, 용적률 841.57% 등을 적용해 공동주택 2040세대 및 오피스텔 345호 등을 신축하는 정비사업 현장이다.

 

멈춰진 시간이 다시 흐르다

좌천범일구역 통합3지구가 위치한 좌천범일동 일대는 시간이 멈춰버린 마을로 불리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지어진 목조건물들이 여전히 여기 저기 남아있는 탓이다. 혹자는 옛 향수를 떠올리며 방문하는 관광지 정도로만 여기기도 하겠지만, 막상 주민들에게는 열악한 주거여건에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정비사업이 시급한 상황이었던 것.

이에 정부는 지난 199058일 좌천범일동 일대를 정비구역으로 지정(건고 제243)해 개발을 유도하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이렇다할 사업진행을 보이지 못했었다.

또한 지난 2003년에 좌천범일구역 중 67910지구가 각각 조합설립을 인가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재개발사업에 나선 후 20081월엔 위 4개 지구를 하나로 묶어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으면서 지금의 좌천범일 통합3지구가 탄생하기도 했지만, 2007년부터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의 여파로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은 상황이었고, 이로 인한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사업이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좌천범일구역 통합3지구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부터다. 장맛비가 내릴 때마다 오래된 목조건물들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하는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주민들의 안전사고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처해지자 지난 2015년 초 당시 부산시장이던 서병수(현 국회의원) 시장이 직접 구역을 방문해 좌천범일 통합3지구의 추진을 위해 협조할 사항을 경청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다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에 좌천범일구역 통합3지구 조합측은 주민들의 염원을 담아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설계도서 작업을 시작했고, 구청에서도 관내 가장 열악한 주거지의 신속한 개발을 지원하면서 사업이 점차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조합도 사업이 중단됐던 긴 시간을 헛되이 보냈던 것은 아니었다. 국민신문고 등 여러 창구를 통해 구역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 필요성을 수없이 강조해 왔고, 사업의 걸림돌이 되는 여러 규제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체된 시간동안 사업진행이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던 것.

특히, 좌천범일구역 통합3지구가 사업진행을 재개하기 위해선 구역 내 학교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었는데, 학생수가 점차 감소하는 상황에서 교육청이 학교부지를 매입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관건이었다. 이에 좌천범일구역 통합3지구 조합 집행부들은 수십차례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을 드나들며 학교 존치문제에 대해 다각도의 토론을 벌였고, 결국 교육부에서도 학생수와 투자의 적정성을 검토해 학교부지를 폐지하기로 최종 결정하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이를 바탕으로 좌천범일구역 통합3지구는 2017년 모든 주민들이 숙원하던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으며, 다음해인 20182월 관리처분계획을 인가 받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좌천범일구역 통합3지구는 조합원들 또한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20187월 이주를 시작한지 10개월여만에 이주와 철거를 완료했을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열악한 주거여건 탓에 값싼 월세를 사는 세입자들과 현금청산자들의 이주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였다.

 

'살기 좋은 아파트' 대상 단지

사업진행에 탄력을 붙인 좌천범일 통합3지구는 지난 20195월에 시작된 일반분양 당시 분양개시 약 3주만에 전세대 분양 완판이라는 기염을 토한 바 있으며, 오피스텔 또한 약 3개월만에 분양을 완료했다.

그러나, 좌천범일 통합3지구은 또 한 번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인근 구역에서 지하에 오염토가 묻혀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착공하자마자 약 3개월간 조사와 정화작업으로 공사가 중단된 바 있고, 운송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약 2개월간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좌천범일 통합3지구는 이와 같은 위기 또한 극복해 냈으며 조합원 입주를 순조롭게 진행했다.

특히, 좌천범일 통합3지구는 입주가 한창이던 지난 7월 국토교통부에서 진행한 27회 살기좋은 아파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현재 약 98%의 입주율로 성공적인 마무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조합과 조합원 모두 한 마음으로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온 결실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한편, 좌천범일 통합3지구 조합측은 준공을 위한 성남초 증축 등 정비기반시설공사 완료와 기부채납 관리처분계획 변경 이전고시와 등기절차 경료 보류지와 일반분양상가의 매각 학교부지 매각 통합2지구가 제기한 학교부지 매각의 정산소송의 대응(1심 승소, 항소 예정) 등 몇 가지 업무를 남겨두고 있다.

특히, 조합은 오는 1215일 관리처분계획 변경 등을 위한 임시총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부산상공회의소 1층 대강당에서 오후 630분부터 진행될 이날 총회에서는 비례율 130%, 조합원 추가 개발이익 정산 금액 280억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관리처분계획 변경안 등이 심의될 예정이다.

다만, 좌천범일 통합3지구는 이날 총회 전 조합 집행부 해임을 위한 총회도 예정돼 있어 분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과 조합원의 단합된 의지로 오랜 인내의 시간을 극복해 온 좌천범일 통합3지구가 앞으로도 한결 같은 모습으로 사업성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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