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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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환율 급등, 2022년부터 2023년 사이에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인해 건설원자재가격이 급등했고, 노무비 증가 등으로 평당 건축비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정비사업 현장에서 선정된 시공사로부터 공사비 인상 요청 및 계약변경 등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정비사업 현장에서 조합을 보필하는 역할을 주로 맡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상황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조합이 시공사와 원만하게 협의를 마치면 서로에게 좋은 일이겠지만, 종종 조합 내부의 의견수렴이 어려워 시공사와 결국 도급계약 해지 절차를 밟으면서 소송까지 치닫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정비사업조합이 시공사와 도급계약해지를 고려할 경우 조합에 발생할 각종 위험성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이미 조합원들의 총회 결의로 선정된 시공사와의 도급계약 해지는 원활한 사업 진행에 있어 치명적인 변수가 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행위인 바, 조합이 이를 명확히 인지하고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시공사에서는 법원에 계약해지 자체가 무효라는 계약해지무효 확인의 소 또는 시공사가 여전히 해당 정비사업현장의 시공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취지의 확인 청구 등 소송이 가능하고, 계약해지를 위한 총회 개최를 금지해달라거나, 해당 총회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이 가능하다.

나아가 정비사업조합에서 공사도급계약 해지 후 새로운 시공사 선정을 위해 총회를 소집하려 하는 경우, 위 시공사 선정에 대한 총회개최금지가처분 신청을 해 해당 조합의 시공자 선정을 저지하려 할 가능성도 있으며, 기존 시공사가 일부 착공을 시작한 경우 또는 사업구역 내 토지를 점유해 펜스를 설치했거나 착공 준비를 마친 경우엔 해당 토지의 점유를 풀지 않은 상태에서 정비사업조합 측에 점유권을 넘기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위와 같은 소송들의 승패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위 소송들은 판결 확정시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내지 6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기존의 시공사와의 계약해지 여부 및 타절 정산이 불투명한 사업장에 타 건설사가 새로운 시공자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결국 조합은 소송이 계속 중인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시공사 선정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돼 장기간의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시공사가 공사도급계약의 해지를 다투지 않고, 정비사업조합측에 입찰보증금에 상당한 금액(이미 대여금으로 전환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의 반환 청구, 계약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등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도급계약상 이행이익 상당액을 청구금액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경우, 최근 판례 경향을 보면 조합이 시공사에게 수백, 수십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리고 새로운 시공사가 선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비사업조합이 위와 같은 막대한 손해배상금액 등을 상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정비사업현장에서의 공사도급계약 내용 중 계약해지로 인해 발생한 손해 또는 계약과 관련된 일체의 금전적 책임에 관련해 조합임원들에게 연대보증책임을 부과하는 경우가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합임원들의 경제적 손해 발생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시공자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시공자가 원래 선정됐던 시공사가 요구하는 공사비 인상 금액보다 더 낮은 금액을 제시할 가능성도 낮다. 새로운 시공자는 선정 시점에 이미 상승된 공사비를 반영한 상태에서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조합이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한다 하더라도 공사비용 절감 등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참고로, 건설사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에는 도급계약 중 계약체결 이후 설계변경,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1) 도급계약의 형태, 건설공사의 내용 등 관련된 모든 사정에 비춰 계약체결 당시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해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3) 등에 해당하는 부분을 무효로 한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 현 경제상황과 같이 외부 요인으로 인해 원자재 및 노무비용의 상승분을 보전하기 위한 시공사의 계약 변경 요청을 조합이 일방적으로 거절한다면, 시공사에게 공사비 상승에 따른 비용을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것과 마찬가지라 볼 가능성이 있고, 해당 공사비와 관련한 규정은 무효화될 여지도 존재한다.

정리하면, 조합이 기 선정된 시공사와의 공사도급계약 해지를 강행하는 경우, 각종 소송 발생 및 이로 인한 사업지연, 그리고 시공사의 손해배상청구로 인해 조합 및 조합임원들에게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새로운 시공사 선정을 통한 공사비 절감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정비사업조합 현장마다 다를 수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은 점 때문에 대부분의 조합이 공사도급계약 해지 진행으로 인한 경과가 좋지 않은 편이다. 각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청이 있는 경우, 사업의 지연 및 성패 여부를 신중히 고려해 원만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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