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현 박민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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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

일부 지역주택조합(추진위원회)에서는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안심보장증서라는 문서를 교부하는 경우가 있다. 위와 같은 안심보장증서의 내용은 주로 일정 기간 내에 조합설립인가 미신청, 사업계획 미승인 등 특정 조건을 성취하지 못할 경우에 납부한 분담금 전액 환불을 보장하는 내용의 환불보장 약정형가입계약서상 명시된 사항 외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추가 분담금이 없다는 것을 확약하는 내용의 확정분담금 약정형으로 구분된다.

대법원은 안심보장증서가 총유물의 처분으로서 무효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을 심리불속행 기각한 사안은 있으나, 안심보장증서의 효력에 관해서 명시적으로 판단을 한 사실은 없다.

다만,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288375 판결에서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이 무효라면 조합가입계약도 무효가 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환불보장 약정이 없더라도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을 것임이 인정되는 경우 조합가입계약은 여전히 효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해 조합가입계약과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과의 관계에 대해 판시한 바 있다.

최근 대전지방법원에서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 따라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은 무효지만, 조합원이 환불보장 약정이 없더라도 가입계약 체결했을 것이라고 인정된다는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이 유효하다고 봐 조합가입계약의 무효를 전제로 한 분담금반환청구를 기각한 판결이 선고됐다(대전지방법원 2023. 12. 13. 선고 2023가단202904 판결).

따라서 이하에서는 조합가입계약과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과의 관계에 대해 판시한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288375 판결을 먼저 살펴본 후에 대전지방법원 2023. 12. 13. 선고 2023가단202904 판결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조합가입계약과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의 관계(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288375 판결)

민법 제137조는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한다. 그러나 그 무효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했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법률행위의 일부무효 법리가 여러개의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 그 계약 전부가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행해져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적용되고, 이때 그 계약 전부가 일체로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는 것인지의 여부는 계약 체결 경위와 목적 및 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454633 판결,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115120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근거해 대법원은 안심보장증서상의 환불보장 약정은 조합가입계약에 따른 납입금에 관한 특약 사항을 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합가입계약에 수반해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체결된 것이므로, 전체적으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다고 판시했다.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이 총회의 결의 없이 이뤄진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한다면, 법률행위의 일부무효 법리에 따라 이와 일체로서 체결된 조합가입계약도 무효가 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본 것이다.

다만, 환불보장 약정이 없더라도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을 것임이 인정되는 경우 조합가입계약은 여전히 효력을 가지게 되므로, 이에 관한 당사자들의 가정적 의사를 심리해 조합가입계약의 효력 여부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를 정리하면, 대법원은 민법 제137조의 법률행위의 일부무효 법리는 여러개의 계약이 체결된 경우 그 계약 전부가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행해져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적용되는데, 조합가입계약과 안심보장증서상의 환불보장 약정은 경제적사실적으로 일체로서 체결된 것이므로 하나의 계약인 관계에 있는 바, 민법 제137조의 법률행위의 일부무효 법리가 적용돼 안심보장증서상의 환불보장 약정이 무효라고 한다면 조합가입계약도 무효가 되는 것이 원칙이나, 환불보장 약정이 없더라도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을 것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조합가입계약은 여전히 효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대전지방법원 2023. 12. 13. 선고 2023가단202904 판결

. 사안의 개요

원고는 피고 추진위원회와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는데, 피고 추진위원회는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일 원고에게 일정 기간 내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못하거나 사업에 필요한 전체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경우 분담금 전액을 환불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안심보장증서(이하 이 사건 안심보장증서)를 교부했다.

원고는 이 사건 안심보장증서의 환불보장 약정이 총유물인 조합원 부담금의 관리처분행위에 해당함에도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무효이고, 법률행위의 일부무효 법리에 따라 이 사건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과 일체로서 체결된 조합가입계약도 무효이므로, 피고 추진위원회가 원고에게 원고로부터 받은 조합원 분담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피고 조합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했다(피고 추진위원회는 원고와의 조합가입계약 체결 이후 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득했음).

 

. 이 사건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 효력에 관한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추진위원회가 법인이 아닌 사단이므로 조합원들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할 때에는 총유로 하고,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총회의 결의에 의해야 하며, 이때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이라 함은 총유물 그 자체에 관한 이용개량행위나 법률적사실적 처분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시했다.

위와 같은 법리에 근거해 법원은 이 사건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은 일정 기간 내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못 하거나 사업에 필요한 전체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곧바로 환불을 신청한 조합원에게 납입계약금 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됨에 따라 총유물인 조합원의 부담금의 처분행위가 따를 수밖에 없게 되므로 총회의 결의에 의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한데, 이 사건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에 대한 총회의 결의가 없었으므로, 이 사건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 조합가입계약의 효력에 관한 법원의 판단

1) 적용 법리

앞서 살펴본 대법원 판례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법원은 민법 제137조 법률행위의 일부무효 법리가 여러개의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 그 계약 전부가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행해져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설시한 후 이 사건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은 조합가입계약에 따른 납입금에 관한 특약 사항을 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합가입계약에 수반해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체결된 것이어서 전체적으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으므로, 환불보장 약정이 총회 결의 없이 이뤄진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해 무효라면, 이와 일체로서 체결된 조합가입계약도 무효가 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환불보장 약정이 없더라도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을 것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조합가입계약이 여전히 효력을 가지게 된다고 판시했다.

 

2) 법원의 구체적 판단 및 근거

법원은 이 사건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이 총회의 결의를 득하지 않은 총유물의 처분행위이므로 무효에 해당하나 피고 조합이 이 사건 안심보장증서에 기재된 일자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못했음에도 원고가 이 사건 안심보장증서 환불보장 약정에 따라 계약금 환불을 신청하지 않은 점 이 사건 안심보장증서에 기재된 일자까지 사업에 필요한 전체 토지 매입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피고 조합으로부터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에 따른 조합원 탈퇴 및 환불 절차를 안내받고도 원고는 조합원 탈퇴 및 환불 신청을 하지 않은 점 오히려 원고는 평형 변경에 따른 추가납입금 및 중도금까지 납입한 점 등에 비춰보면, 원고는 이 사건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이 없더라도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라고 인정되므로 조합가입계약은 유효하고, 따라서 조합가입계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분담금반환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검토

현재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에 관한 대법원의 명시적 판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급심 법원의 경우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무효로 보는 입장과 유효로 보는 입장이 나눠져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는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을 총회 결의가 필요한 총유물 처분행위로 봐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면 무효에 해당한다고 보는 입장이 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중에 안심보장증서상의 환불보장 약정과 조합가입계약 간의 관계에 대한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288375 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도 여전히 안심보장증서의 환불보장 약정 자체의 효력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나, 민법 제137조 법률행위의 일부무효 법리에 의거해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조합가입계약은 여전히 효력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당 법무법인은 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전부터 조합의 상황 및 사업의 진행 경과 등 제반 사정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단순히 안심보장증서가 교부됐다는 사실만으로 곧장 조합가입계약이 무효라고 일관되게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이에 당 법무법인은 안심보장증서의 성격, 각 분담금반환사건에서 각 안심보장증서의 구체적인 내용, 안심보장증서가 교부될 당시의 상황, 안심보장증서 이후 추인 결의의 여부, 사업의 진행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주장해왔고, 그 결과 안심보장증서가 교부됐음에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비춰봤을 때 조합가입계약이 무효라고 보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는 등의 판결을 다수 받은 사실이 있다.

이와 같은 판결을 일부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부산지방법원은 피고가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원고에게 조합가입계약 체결일로부터 2년 이내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3개월 이내에 업무대행비를 포함한 조합원 분담금을 전액 환불한다는 내용의 안심보장증서를 교부한 사안에서, 민법 제137조 및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288375 판결에 근거해 조합가입계약 당시 안심보장증서에 관한 피고 총회에 의한 추인 결의가 부존재해 무효였지만, 위 안심보장증서에 대한 무효사유는 피고의 총회에 의한 추인 결의에 의해 그 하자가 치유될 수 있는 것이었고, 원고는 장래 위 안심보장증서에 의한 환불보장 약정이 이행될 것으로 신뢰한 결과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총회 결의에 의해 하자가 치유되고 위 안심보장증서상의 약정도 충분히 이행될 수 있다면, 조합가입계약까지 무효로 할 의사는 아니었다고 봄이 상당한 점 그렇다면 현재 위 안심보장증서에 대한 총회 결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위 안심보장증서에 의한 약정을 넘어 조합가입계약까지도 당연히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위 안심보장증서에 대한 추인 결의나 위 안심보장증서상 약정 이행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됐을 경우에만 위 안심보장증서에 의한 약정과 이를 기초로 한 조합가입계약까지도 무효로 된다고 봄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할 것인 점 그런데 피고는 조합가입계약일로부터 2년이 되기 전임에도 이미 조합설립인가를 득했으므로, 이로써 이 사건 안심보장증서에 의한 약정을 추인할 이익도 모두 소멸했다는 점을 근거로 위 안심보장증서의 무효 사유가 조합가입계약까지도 무효로 하는 사유라거나 피고에게 당시 원고를 기망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부산지방법원 2023. 6. 29. 선고 2023가단306355 판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피고가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 원고에게 사업계획 미승인 시 분담금 전액을 환불한다는 내용의 안심보장증서를 교부한 사안에서, 피고가 안심보장증서의 무효가능성 및 불이행가능성을 고지하지 않았으므로 원고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봤으나 피고가 안심보장증서를 총회 결의로 추인해 무효가능성이 소멸한 점 사업계획승인을 받아 안심보장증서에 따른 분담금을 환불해야 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된 점 소송이 위와 같은 무효가능성의 소멸과 사업계획승인이 있은 후에야 제기된 점에 비춰볼 때 원고의 취소권행사가 신의칙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3. 10. 19. 선고 2023가단221143 판결).

대전지방법원 2023. 12. 13. 선고 2023가단202904 판결은 위 판결과 달리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288375 판결에 근거해 안심보장증서의 내용이 없었을지라도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을 것임이 인정되는 경우라는 가정적 의사의 판단에 관한 구체적인 근거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전지방법원 판결이 판시한 근거에 더해, 비록 판결문에는 기재되지 않았으나 원고가 조합가입계약 체결하고 안심보장증서를 교부받기 4일 전에 계약금 중 일부를 납부함으로써 조합가입계약의 의사를 분명히 밝힌 점 안심보장증서에 기재된 날짜를 다소 도과하긴 했지만 조합이 소제기 이전에 조합설립인가를 득하고, 주택건설대지의 95%를 확보했으며, 소송 진행 중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득하는 등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판단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과 조합가입계약이 무효라는 이유로 분담금반환을 청구하는 경우, 조합은 안심보장증서의 내용과 조합가입계약체결 당시의 전후사정 및 사업 진행 현황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검토해 안심보장증서의 내용이 없었더라도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을 것임을 적극적으로 입증해 조합가입계약이 유효하다는 점을 주장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한편,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의 효력에 대한 대법원의 명시적인 입장이 존재하지 않고,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288375 판결에서 설시한 안심보장증서의 내용이 없었을지라도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을 것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관한 하급심 법원의 구체적 판단도 아직 축적되지 않아 안심보장증서가 교부된 사안에 관한 실무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안심보장증서상 환불보장 약정의 효력에 관한 대법원의 명시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또한, 하급심 법원도 조합이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288375 판결에 따라 가정적 의사에 관해 주장을 한다면, 이를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판단함으로써 위와 같은 판단이 축적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안심보장증서와 관련한 분담금반환청구사건에서 당사자 간에 어느 정도 예측가능성이 부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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