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신호용 수석변호사
∥ 사실관계
원고는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다. 피고들은 사업 구역 내 건물을 소유 및 점유하고 있는 자들로 원고의 조합설립에는 동의했으나 분양신청 기간 중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 사람들이다. 원고는 행정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고, 행정청은 같은 날 관리처분계획 인가내용을 고시했다.
∥ 당사자들의 주장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에 따르면,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ㆍ지상권자ㆍ전세권자ㆍ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고시가 있은 때에는 이전고시가 있는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을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 원고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후 이 규정에 따라 피고들을 상대로 건물 인도 청구를 했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원고가 관리처분계획이 인가 및 고시된 것만으로 자신들에게 인도를 구할 수 없고, 매도청구권을 행사해 청산금 지급과 상환으로 건물 인도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법원의 판단(인천지방법원 2023가단221747 판결)
이에 대해 법원은 ▲도시정비법 제73조에서 정하고 있는 현금청산대상자에 대한 매도청구권은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본문에서 정하고 있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고시에 따른 인도 청구권과는 각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시기와 요건, 취지를 달리하고 있는 점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본문에 따른 부동산 인도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는 같은 항 단서 각호에서 별도로 정하고 있는데, 같은 항 단서 제2호의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는 도시정비법 제63조에 따라 사업시행자에게 공익사업법상 정비구역 안의 토지 등을 수용 또는 사용할 권한이 부여된 정비사업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그 권한이 부여되지 아니한 원고의 재건축사업에는 적용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피고들의 관리처분계획 인가 고시에 따른 인도 의무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부동산의 매매대금 상당액의 지급의무(청산금 지급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거나, 피고가 매매대금 상당액을 지급 받을 때까지 인도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의 항변을 배척했다.
∥ 평석
재건축조합은 분양미신청자(현금청산자)를 상대로 매도청구와 관리처분계획 인가 고시에 따른 건물인도 청구로 점유하고 있는 건물인도를 받을 수 있다. 위 두 개의 청구권은 별개의 권리에 해당하는 바, 관리처분계획 인가 고시에 따른 건물인도 소송에서 매도청구를 전제로 한 청산금 지급 항변을 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할 것이다.
특히나, 현금청산금의 경우 감정평가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판결까지 오랜 시간 소요되는바, 현금청산자들이 위 항변으로 관리처분계획 인가 고시에 따른 건물인도 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면, 사업 지연이 초래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춰볼 때, 이 사건 법원의 판단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