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가 지난해 지역주택조합 전수조사를 통해 규정에 맞지 않게 조합을 운영한 82곳을 적발, 처분에 들어간 데 이어 이번에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주택법령에서 정한 일몰기한을 경과했음에도 장기간 사업 진척이 없는 지역주택조합은 구청장 권한으로 직권해산할 수 있게 해 줄 것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하고, ‘지역주택조합 실태조사 법제화’와 함께 조사결과 조합원 공개 등 지역주택조합 관련법 신설 및 개정을 요청했다.

건의내용에는 ▲장기 미진행 사업지 직권해산 도입 ▲토지 사용권원 표준양식 도입 ▲총회의결 철저 등 주택법령 의무 강화 ▲실태조사 추진근거 및 조사결과 공개 법제화 ▲업무대행자 선정절차 마련 및 선정기준 작성 위임근거 마련 등이 담겼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장기간 사업이 진행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비용이 지출돼 조합원 피해가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주택법 제14조의2가 정한 기간에서 일정 기간 이상이 경과하면 인가권자가 조합원 모집신고 및 조합설립인가를 직권취소할 수 있는 조항 신설을 건의했다.

현행 주택법은 조합원 모집신고 수리일부터 2년 내 조합설립인가를 못 받거나 조합설립인가일부터 3년 내 ‘사업계획 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 총회를 거쳐 해산(사업종결) 여부를 정하게 돼있다. 서울시는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기 곤란한 사업지임에도 총회가 사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하는 경우 향후 조합원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있어 해당 조항 신설을 건의했다.

또한 조합원 및 구역 내 토지소유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조합가입계약서, 사용권원 동의서 등의 표준양식을 보급하는 한편, 총회의결 의무 위반 시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등 주택법령 의무를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시는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6항에 따라 2022년 국토부가 ‘표준조합규약’ 등을 보급한 데 이어 표준화된 조합가입계약서, 사용권원 동의서가 추가되면 조합원 권리를 보다 철저히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업 주체가 내실 있고 투명하게 조합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지역주택조합 실태조사 추진 근거를 마련하고, 조사 결과를 조합원에게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조항 신설을 건의했다.

서울시는 지난 2021년부터 지역주택조합 운영에 관한 실태조사를 시행해 왔으며, 지난해 하반기에는 총 111개 조합(전체 118곳 중 상반기 표본 실태조사 7곳 제외)에 대한 전문가 합동 전수조사를 통해 총 396건을 적발, 현재 행정지도·과태료 부과 등 조치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자가 조합설립인가 전 모집주체 단계에서 선정되는 점을 감안해 사업을 원활하게 이끌어 나갈 역량 있는 업무대행자가 선정될 수 있도록 총회의결 후 ‘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개정을 요청했다.

업무대행자는 ▲조합원 모집 등 조합설립을 위한 업무 ▲사업성 검토 및 사업계획서 작성 ▲설계·시공자 선정 등 주택법 제11조의2가 정하는 사업추진 상 중요한 업무를 대행·지원하는 자로, 서울시는 주택법령 개정 시 해당 조항에 대한 세부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시 한병용 주택정책실장은 “조합원이 사업 추진방식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피해를 주는 지역주택조합이 더 이상 유지돼서는 안 된다”면서 “이번 주택법령 개정 건의 외에도 시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항을 지속 발굴해 개선하는 한편, 강도 높은 실태조사 및 점검을 주기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