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고원 김수환 파트너변호사 / 한국도시정비협회 자문위원

법무법인 고원 김수환 파트너변호사
한국도시정비협회 자문위원

◇ 조합의 선거관리규정

대부분의 정비사업조합은 정관 외에 별도의 선거관리규정을 두어 임원의 선임(총회)에 관한 세부 규정을 두고 있다. 서울특별시는 지난 2015년 5월 7일 ‘서울특별시 정비사업 표준선거관리규정’을 제정·고시했고, 다른 지자체 역시 표준선거관리규정을 배포함에 따라, 대다수의 조합이 위 표준선거관리규정에 따라 선거관리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다.

위 서울특별시 등 지자체의 표준선거관리규정(이하 표준선거관리규정)은 애초 제정의 목적 즉 ①선거관리의 중립성 확보 ②선거절차의 표준화 ③부정선거 방지 ④선거관리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투표의 방법을 직접투표 및 우편투표로 한정하고 있다(전자투표 제외).

그런데 일선 현장에서는 홍보요원(OS)을 활용해 서면결의서를 징구하는 방법으로 선거를 진행하고 있는 바, 이러한 경우 해당 선거의 효력 즉 임원선임 총회 결의의 효력이 유효한 것인지 종종 문제된다.

 

◇ 관련 판례

최근 부산고등법원은 홍보요원으로 하여금 조합원을 개별 방문하게 해 서면결의서를 건네받아 접수한 사안에서 해당 서면결의서 제출로 총회 출석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이는 조합의 선거관리규정으로 정한 제출방법(‘우송’ 또는 ‘직접방문제출’)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홍보요원이 조합원으로부터 서면결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그 역할이나 활동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홍보요원이 조합원을 직접 대면함으로써 조합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상당하며 ▲홍보요원이 조합에게 접수한 서면결의서는 조합원이 조합에게 우송해 제출하거나 조합을 직접 방문해 제출한 서면결의서가 담보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아니했으므로 허용돼서는 아니된다”는 이유로 서면결의서를 홍보요원을 통해 제출한 조합원의 총회 참석을 무효로 보아 무효 참석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의 출석으로는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결국 해당 총회결의가 무효라고 판단했다(부산고등법원 2019. 4. 18. 선고 2018나52825 판결, 현재 조합이 상고해 상고심 계속 중).

해당 조합의 선거관리규정은 아래 표와 같았는데, 이 사건 제1심 법원은 “조합의 선거관리규정 중 ‘서면투표시는 선관위에서 송부한 서면결의서에 기표 후 우송 또는 지정된 투표일자에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반드시 한정적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고 위 조항 단서에 서면투표자 확인 및 투표독려를 위한 전문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 점에 비춰 조합원이 작성한 서면결의서를 홍보요원 등이 징구해 조합에 제출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서면결의가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해 해당 조합원의 총회 참석을 인정했다.

OO조합 선거관리규정

 

제21조

③ 총회참석자는 직접투표에 의하며, 총회불참자는 서면투표에 의하며, 서면투표시는 선관위에서 송부한 서면투표지(결의서)에 기표 후 우송 또는 직접방문 제출할 수 있다(단, 서면투표자 확인, 투표기표방법 및 총회성원확보를 위한 전문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소심(부산고등법원)이 제1심과 달리 판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합임원 선거는 정관 내지 선거관리규정에서 ‘비밀투표’로 할 것을 정하고 있어 각 후보의 기표자가 누구인지 식별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서면결의서와 달리 임원 투표를 위한 서면결의서는 조합원 표시가 없이 배부하는 경우가 있다.

위 조합 역시 조합원의 표시가 없는 서면결의서를 배부했는데, 법원은 홍보요원을 통해 제출받은 서면결의서가 조합원에 의해 진정하게 작성됐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점을 근거 중 하나로 들었다. 또한 홍보요 서면결의서를 징구할 경우 조합 집행부에 의해 고용된 홍보요원이 특정후보자 지지를 호소하고 서면결의를 유도하는 등 부정선거의 위험이 있다는 점 역시 근거로 들었다.

즉, 법원은 해당 조합 정관이 ‘서면투표자 확인, 투표기표방법 및 총회성원확보를 위한 전문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홍보요원의 업무는 총회 자체의 홍보에 국한되는 것이고, 홍보요원을 통한 서면결의서 제출은 절차적 정당성(서면결의서가 조합원에 의해 진정하게 작성됐는지 여부), 투표의 공정성(조합원의 의사결정이 공정한 선거운동에 의해 이루어졌는지 여부)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 결론

표준선거관리규정이 법규성을 갖지는 않지만 각 지자체가 이를 사실상 강제(행정지도 등)하고 있어 대부분의 조합은 표준선거관리규정에 따라 선거관리규정을 제정 또는 개정한 바 있다. 따라서 해당 규정을 채택한 조합으로서는 홍보요원의 서면결의서 징구로 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도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