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규제,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부작용‧비효율‧공급감소 불가피

도시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

 

“서울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선 분양가상한제 보다는 정비사업 정상화 등을 통한 공급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도시정책학회는 11월 1일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에서 ‘부동산시장 안정과 도시 경쟁력 확보 방안’을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추계학술대회의 ‘정책논단 라운드테이블’에서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분양가상한제의 정책적 실효성’이라는 제하의 주제발표를 통해 위와 같이 의견을 제시했다.

 

∥ 서울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은?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연구실장

주제발표에서 김덕례 실장은 최근 분양가상한제 추진동향과 주요 이슈, 그동안의 분양가상한제 경험 및 정책효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서울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과제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김덕례 실장은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완화시키고 집값이 안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재건축 등 정비사업 단지의 사업구조 변경 관련 논란이 이어지면서 지역 내 갈등, 대립, 다툼, 연기, 보류 등 불필요한 사회적 매몰비용이 크게 증가하게 되는 점 ▲로또분양을 기대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임차수요가 늘어 전월세가격이 오히려 상승하고, 특정지역의 청약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될 수 있는 점 ▲새집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주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에 지어진 신축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오히려 상승할 수 있는 점 ▲사업성 확보를 위해 30호 이상 일반분양이 불가피한 소규모 정비사업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게 되면서 사업성이 악화되고 사업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는 점 ▲장기적으로 공급이 줄어들면서 수요공급법칙에 따라 시자의 주택가격이 올라갈 수 있는 점 ▲주택공급 감소는 주택기업의 인력감축,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면서 주택산업이 위축되고 주택관련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고, 특히 현장의 일용직근로자가 줄면서 서민일자리가 많이 줄어들 수 있는 점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사, 인테리어, 중개, 도배 등 주택 관련 골목상권이 침체되고 기업의 기술개발관련 투자가 줄면서 국가경제 성장이 둔화돼 서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질 수 있는 점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덕례 실장은 “2014년과 2018년의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수도권, 고소득층, 전세가구를 중심으로 주택보유의식 비중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는데,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보유부담이 증가하면서 서울 내 주택 구입부담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거주주택 1채를 보유하고, 나머지를 매도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한편, 등록임대주택 증가로 임차가구의 안정을 기대하고 있지만, 많은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 등록 및 증여를 선택하면서 전국적으로 약 35만호 매물이 사라져 시장 공급량이 감소된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가격규제는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부작용과 비효율, 공급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수요를 분산시키고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적정가격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덕례 실장은 “서울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일반분양분 증가 및 공공성 확보 등을 위한 고밀계획을 통해 정비사업 정상화 ▲일몰제(2020년 3월 38곳 해당) 및 정비사업 해제지역 (686개소 중 393개해제)의 정상화 방안 모색 ▲역세권 공공주택 중심의 공급계획을 지양하고 민간주택과 혼합 ▲보전이 아닌 보존으로 개발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서울시의 용도지역지구제 적절성 재점검 ▲오피스, 상가 등 공실공간 및 유휴공간의 컨버전 적극 확대(상가비율의 적정성 재검토) 등을 통해 신규 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고려해 서울 도심 내 신규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 “분양가상한제만으론 주택시장 안정 힘들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토론이 이어졌다.

서울시립대 남진 교수는 “모든 정책과 마찬가지로 분양가상한제 역시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갖고 있는데, 재건축‧재개발 관련 정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순기능을 확인할 필요 없이 역기능이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며 “기성시가지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목원대 이재우 교수는 “부작용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최근 2~3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주택수요층의 질적 기대감은 커져있고, 직주근접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정비사업을 통해서 가능하다. 거래물꼬를 터줄 수 있는 방안이 병행돼야 분양가상한제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나사렛대 남영우 교수는 “현재로써는 강남권 수분양자들이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정책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매제한 등의 부담이 있지만 큰 페널티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은 분양가가 낮아도 무주택 서민들이 분양받기는 힘든 상황인 만큼 ‘강남권 수분양자들에게 시세차익을 보전해 줄 필요가 있나’라는 의문이 든다. 과도한 집값이 전국적인 문제라면 보유세 강화 등의 정책이 필요하고, 강남권 등 부분적인 문제라면 불가피하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더라도 수분양자가 갖게될 과도한 혜택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외에도 조선일보 정순우 부장은 “‘돈 많은 무주택자’가 시세차익을 보게 되는 만큼 분양가상한제가 대다수 국민에게 정의로운 정책인지 잘 모르겠다. 정부는 ‘합리적인 분양가’를 제시하겠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격은 수요‧공급으로 형성되는 것이지, 누군가가 딱 잘라서 합리적으로 설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규제에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과 함께 ‘차라리 시장에 맡기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한겨레 최종훈 부장은 “분양가상한제는 허그(Hug)의 고분양가 관리 실패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며 “고분양가 지역은 분양을 미룰 가능성이 꽤 있어 공급 감소가 우려되는 만큼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해 탄력적으로 적용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끝으로 국토교통부 이명섭 주택정책과장은 “도시 경쟁력 갖기 위해선 주거안정이 담보돼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정책목표가 달성 됐는냐를 생각하면 송구스럽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집값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인 만큼 정부가 적절히 개입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명섭 과장은 “분양가상한제가 만병통치약이 되는 것은 아니고,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로만 집값을 잡겠다고 말한 적도 없다. 다만, 분양가상한제가 신규 분양주택에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분양가상한제는 많은 정책 중 빠져있는 하나의 퍼즐을 채운 것으로, 정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정책 준비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정부정책의 변화가 많아 신뢰를 잃어간 부분이 있긴 하지만, 어찌됐건 현 정부는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학회에 참석한 한국도시정비협회 천상덕 부회장(유비에스디 대표)는 “공급 없는 분양가상한제는 또 다른 역기능 야기할 수밖에 없고, 도시 속에 사는 인구가 90%를 넘은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분양가상한제가 서민을 위한 정의로운 정책이라고 볼 수도 없다”며 “정책은 지속가능해야 하는데, 핀셋규제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주택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앞날에도 악영향을 크게 미쳐 결국 서민들에게는 더더욱 힘든 현실이 올 수밖에 없다. 시장자율경제가 글로벌세계시장를 선도할 수 있다. 규제보다는 도시정비사업과 도시재생사업으로 내수시장을 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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