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카드 내세운 건설사 잇따라 수주전 승리

“사업성 좋은 일부 사업장만 적용가능할 것” 전망도

 

최근 시공자 선정에 나선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이 ‘후분양’ 카드를 내세웠던 건설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후분양이 정비사업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포스코‧삼성 ‘후분양’ 제안으로 승기잡아

포스코건설은 지난 5월 28일 진행된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 시공자 선정 등을 위한 총회에서 경쟁사를 따돌리고 시공자로 낙점됐다. 신반포21차는 2개동, 108세대에 불과한 소규모단지이지만, ‘반포’라는 상징성과 강남권 노른자 입지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던 사업장이다.

이에 수주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각각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바 있으며, 특히 포스코건설은 “조합원 금융부담이 없는 후분양을 추진하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포스코건설이 자체보유자금으로 골조공사 완료 시까지 공사를 수행하고, 그 이후 일반분양해 공사비를 지급받음으로써, 조합원은 입주 때까지 중도금이나 공사비 대출이자 부담없이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던 것.

이와 관련해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강남 최고의 입지로 손꼽히는 신반포21차 조합원들의 후분양에 대한 강한 니즈를 사전에 파악했고,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금력과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조합원분들의 금융부담이 발생되지 않는 순수 후분양 방식을 회사 최초로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는 포스코건설이 승기를 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지난 5월 30일 반포주공1단지3주구의 시공자로 선정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승리 역시 후분양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은 반포주공1단지3주구에 ‘100% 준공 후 분양’을 제시하는 한편, 이를 위해 총회에서 결의하는 사업비 전체를 책임지고 조달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후분양은 조합 분담금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건설사의 신용도가 낮을 경우 제1금융권에서 자금을 차입하더라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이 필수적이며, 이마저도 한도가 낮다. 결국 추가 금융조달을 해야하는 데 향후 금융조건 변경 등의 이유로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거나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후분양 제안은 신용등급 AA+라는 건설업계 최고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삼성물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 후분양, 장‧단점은?

후분양은 골조공사가 완료된 이후 분양을 치르는 방식으로 실물 확인 후 분양을 결정하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입장에서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건설사 부도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는 한편, 전매가 차단돼 실수요자 위주의 주택공급이 가능하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후분양은 투기수요를 차단하기에 유효하다”며 후분양제를 지지하고 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공사비 자체 조달로 인해 사업주체에 대한 부담이 크고, 자금조달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로 인해 분양가 상승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자금조달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중소건설사는 주택공급이 힘든 측면도 있어 자칫 주택공급 위축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더욱이 분양가를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다고 해서 무한정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HUG 대신 각 지자체로부터 승인 절차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관련 제도나 정책의 변화가 자주 일어나는 가운데 주택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단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후분양은 사업성이 보장된 일부 정비사업장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후분양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사업주체인 조합이 공사비 등의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시공사 보증을 거쳐 차입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결국 건설사들이 후분양을 수용하거나 제안할 만큼 ‘매력적’이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정비사업 현장에서 후분양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HUG가 분양가 상한 기준을 강화하자 “사실상 HUG의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많은 사업장들이 후분양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HUG의 분양보증을 받기 위해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하기 보다는 분양가 산정이 다소 자유로운 후분양제로 추진하는 것이 낫다”라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정비사업 현장에서 또 다시 후분양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후분양 정비사업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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