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린다던 집값은 오르고 정권 지지율만 대폭 하락

“7.10대책은 강제 증세정책” … 3040세대 분노 폭발, 조세저항 움직임도

 

정부의 7.10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상치 않다. 특히,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든든한 지지자로 분류되던 3040세대들조차 “정부와 여당에 속았다”면서 공개적으로 지지를 철회하거나 아예 적극 반대로 돌아서고 있다.

3040세대를 비롯한 현 정부 지지자들은 ‘조국 사태’와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유용 의혹의 ‘윤미향 의원 사태’, 안희정·오거돈·박원순 등 민주당 출신 단체장들의 성추행 사태 등 줄줄이 이어진 파동 속에서도 좀처럼 이반되지 않았었다. 이처럼 ‘콘크리트 지지’를 보이던 층들이 등을 돌릴 정도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은 임계점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은 이미 6.17대책이 발표됐을 때부터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6.17대책 발표 직후부터 ‘졸속’이라는 비판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자 정부는 일주일도 안 돼 “실수요자를 위한 예외조항 등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대책의 효과가 1~2개월은 고사하고 1주일도 못가는 ‘졸속’이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그 뒤 ‘보완책’이라는 ‘땜질’ 대신 ‘7.10대책’을 내놓았는데 오히려 더 큰 반발을 초래했다.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더라도 애써 지지를 철회하지 않던 이들도 ‘내 집 마련의 꿈’이 사라지거나 알량한 집 한 채에 세금이 중과되는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된 것.

 

■ 7.10대책, ‘세금폭탄’ 안긴 증세대책?

일단 이번 7·10 부동산 대책은 주택의 취득과 보유, 양도 단계에 대해 과세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 골자이다.

정부는 7·10 대책에서 1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율은 현행 1~3%를 유지하되, 2주택자는 8%, 3주택 이상과 법인은 12%로 각각 인상하기로 했다. 다주택자와 법인이 주택을 취득할 때만 중과세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1주택자가 거주하려는 집을 교체할 목적으로 새 집을 취득해 일시적 2주택자가 되는 때도 8%의 세율이 적용되는 것으로 ‘오인’됐다는 것이다.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서둘러 “주택을 교체하려는 목적의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해서도 취득세를 중과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설명만으로는 불만을 잠재우기 역부족이었다. 실제로는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세금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7·10 대책은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양도세를 최대 72%로 강화했지만 1주택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은 1주택자가 2년 이상 보유(조정대상지역은 거주)했을 경우 양도세가 발생하지 않고, 9억원 초과 주택이라도 장기간 보유하고 거주한 경우 양도세 계산 시 최대 80%까지 양도차익이 공제된다. 정부의 설명대로 1주택자라면 언뜻 세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세히 보면 달라진다. 취득세나 양도세는 사거나 팔 때 납부하는 1회성 세금이다. 반면 보유세인 재산세나 종부세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한 매년 납부해야 하는 연속성 세금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는데 있다. 당장 2017년 6억 원이 채 안됐던 서울지역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금년 초 9억 원을 넘겼다. 서울 아파트 거주자 절반 이상이 종부세 납부대상인 9억 원 이상의 ‘고가주택’을 보유하게 됐다는 것이다. 재산세에 더해 매년 종부세를 내게 된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공시가격 인상 정책’도 1주택자에게 세금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매기는 기준이 된다. 이 정책에 따라 서울시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작년 14.0%, 올해 14.8% 뛰었다. 공시가격이 뛰니 세금도 불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시가 부과한 공동주택 재산세는 1조2748억원으로 작년보다 22.2%(2312억원) 급증했다. 종부세 세율도 올리고 있다. 정부는 작년 1주택자에게 적용하는 종부세율을 0.5~2.0%에서 0.5~2.7%로 끌어올렸다. 내년엔 0.6~3.0%까지 추가 인상된다. 7.10대책에 대해 “세금폭탄을 안기는 꼼수 증세대책”, “세금이 아니라 벌금”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 그린벨트 해제, 수도 이전 등 갈팡질팡 대응이 혼란 부추겨

7.10대책 발표 이후 급속도로 민심이 끓어오르자 정부와 여당도 당황했는지 합의된 의견 없이 저마다 ‘대안’을 내놓기 시작하며 혼란을 부추겼다. 그동안 실패한 20여 번의 ‘대책들’처럼 이번 대책 역시 ‘졸속’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7월15일 수도권 주택 공급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유관부처 및 지자체와 함께 실무기획단을 구성, 서울시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이날 회의에서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이 “그린벨트 해제”를 언급했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의 키를 쥔 서울시 자체가 반대하는데다가 주요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면서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개발제한구역은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가까스로 봉합됐다.

그린벨트 해제가 물 건너가자 ‘행정수도 이전’이 이슈로 등장했다. 7월20일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를 통째로 옮기고 청와대와 행정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면서 행정수도 이전을 공론화시켰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노무현 정부 때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은 바 있는데 이번에 다시 등장한 것.

김태년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여권의 주요 인사들은 일제히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거나 “행정수도 이전이 완성됐더라면 부동산, 교육, 교통 문제 등은 이미 해결됐을 것”이라며 수도이전론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도이전론에 대해 “부동산 대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꺼낸 여론 호도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7.10대책에서 ‘징벌적 과세 정책’이라는 사실상 최후의 수단을 꺼냈음에도 국민적 저항에 부딪치자 국면전환용으로 수도이전론을 쟁점화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진보적 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7월22일 여권이 일제히 ‘수도 이전’을 주장하는 데 대해 “대통령 지지율 관리를 위해 수도 이전을 하는 나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라며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지도 못한 주제에”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면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겠다”다고 공약하면서 “퇴근길에 남대문시장에 들러 시민들과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대통령, 친구 같고 이웃 같은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 공약은 “경호와 의전 등이 엄청나게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해 1월 파기됐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보다 더 엄청나게 복잡하고 어려운 행정수도 이전을 충분한 논의나 법리적 검토도 없이 꺼낸 것이 설득력을 얻기 쉬울리 없다.

 

■ “그렇게 해도 (집값) 안 떨어져”

지난 7월2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1993년 김영삼 정부에서 올해 문재인 정부 시기 28년간 서울 소재 34개 대규모 아파트 단지 8만 가구의 시세 변화를 분석한 결과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때는 노무현 정부 집권기였으며, 뒤를 이어 김대중 정부와 문재인 정부 순”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상승률은 노무현 정부 때 가장 컸던 반면 상승액은 문재인 정부 때이다.

경실련은 특히 아파트 가격 급상승기에 서울 강남과 강북의 가격 격차가 현저해졌는데, 김영삼 정부 집권 초 900만 원이었던 강남과 비강남 아파트 가격 격차는 올해 5월 들어 9억2300만 원으로 커졌다고 밝혔다. 지난 28년 사이 강남과 비강남 아파트 가격 격차가 100배나 커진 셈이다.

지난 7월16일 MBC ‘100분토론’ 방송 끝 무렵에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그렇게 해도 (집값) 안 떨어질 겁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벌어졌다. 정식 토론은 끝난 뒤 마이크가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말이지만, 방송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을 발언이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생중계가 되면서 비난이 집중됐다.

진성준 의원은 민주당의 현직 전략기획위원장이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이고,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내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진 의원은 “정부 대책이 소용없다는 취지가 아니라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 더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발목 잡으려는 집값 하락론자들의 인식과 주장에 대한 반박”이라고 해명했지만, “정부․여당의 속내가 드러났다”거나 ‘100분 토론’ 타이틀에 빗대 “99분 거짓 토론, 1분의 진실”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줄지어 실패한 것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만회할 수 없다. 안정적인 공급대책 없이 규제 중심의 대책으로는 결코 집값안정을 가져올 수 없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인 결과가 집값폭등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의 주택정책 실패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새롭게 진정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부동산 정치’를 하는 한 집값을 잡는 것은 고사하고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된다는 것을 빨리 깨우쳐야 한다. 지금도 집값은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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