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현 홍수임 변호사

법무법인 현의 ⌜정비사업 법률산책⌟ ▮

 

법무법인(유한) 현 홍수임 변호사

◇ 문제의 제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78조 제1항은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 전에 관계 서류의 사본을 30일 이상 토지등소유자에게 공람하게 하고, 그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참고로, 관리처분 총회와 공람 절차의 선후관계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관리처분 총회 의결 시기와 관계없이 공람 절차는 ‘관리처분 계획 수립 이후 인가 신청 전’에만 거치면 된다”는 입장에 있다.

그런데, 만약 조합이 관리처분 총회를 거친 이후 인가 신청 전 공람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1주택에 대해 분양을 신청했던 자가 2주택으로 변경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하는 경우,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위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그리고 만약 사업시행자가 위 의견을 반영하기로 결정한 경우에는 별도의 총회 결의나 공람 절차를 거침이 없이 당초 총회 의결을 거친 관리처분계획과 다른 내용으로 인가를 받더라도 법적인 문제가 없을까.

 

◇ 공람 의견 채택 여부의 재량성

먼저, 공람 절차는 토지등소유자에게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관리처분계획에 관한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하면, 공람 의견 채택 여부는 사업시행자의 재량 사항으로 보인다. 도시정비법 법문상으로도 ‘공람하게 하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의견 채택 의무에 대해서는 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사업시행자는 공람 의견을 자유롭게 채택할 수 있으며,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더라도 이것만으로 관리처분계획의 하자 사유가 될 수는 없다.

 

◇ 공람 의견 채택 시 총회 결의 및 공람 절차 필요 여부

한편, 총회에서 의결한 관리처분계획안의 내용과 인가된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이 서로 달라 위법한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 대해 대법원은 “관리처분계획의 내용 중 조합원 등의 권리의무나 법적 지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미한 사항에 대해서는 그 변경을 위해 별도의 조합원 총회의 의결이나 행정청의 인가를 거칠 필요가 없고, 이는 조합원 총회에서 의결된 관리처분계획의 일부 내용을 행정청의 인가 전에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말하는 그 변경에 조합원 총회의 의결이나 행정처의 인가가 필요하지 않은 경미한 사항이라고 함은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9조(현행 제61조)의 각 호에 규정된 사항들은 물론이고, 그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변경대상이 되는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을 구체적·개별적으로 살펴봐 조합원총회의 별도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더라도 그 변경내용이 객관적으로 조합원 등 이해관계인의 의사에 충분히 부합하고 그 권리의무 내지 법적 지위를 침해하지 아니하거나 분양대상자인지 여부에 대한 확정판결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을 변경하는 때와 같이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그 변경내용과 다르게 의결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두22140 판결, 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1두14111, 2011두14128(병합) 판결 등 참조].

즉, 변경대상이 되는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이 별도의 총회를 거치지 않더라도 조합원 등 이해관계인의 의사에 충분히 부합하고 권리의무를 침해하지 않는다면, 당초 총회 의결을 거친 관리처분계획과 다른 내용으로 인가를 신청하기 전에 별도로 총회 결의를 거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은, 총회 이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위한 공람 절차에서 조합원 중 일부가 당초 신청한 1주택에서 2주택으로의 변경을 희망하는 의견을 제출한 사안에서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에서 미리 공람 절차에서 제출되는 의견도 참작해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받을 것이라는 취지의 조항을 마련해 조합원 총회의 적법한 의결을 거친 점 ▲또한 그러한 의견 변경을 반영한 결과 자금운용계획의 변동이 발생할 경우 예비비의 증감을 통해 비례율을 변경하지 않기로 한 점 ▲위와 같이 공람 절차에서 변경된 의견을 반영한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에 대해 다시 조합원 총회를 거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가결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재차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아니한 채 P등에 대해 위와 같이 2채씩을 배정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고, 이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서울고등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누38412 판결,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두62192 판결).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 사안은 당초 총회에서 결의한 관리처분계획에 ‘본 관리처분계획(안)은 예정사항이며 관리처분계획을 위한 공람 중 제출된 의견에 의한 조합원 분양세대수 및 평형별 배정세대수의 변동, 국공유지 매매계약체결 내용의 변경, 수용대상 조합원의 증감, 전산검색결과 및 동작구청의 인가내용 등에 의해 자금운영계획의 변동이 발생될 경우 예비비를 증감해 비례율을 변경하지 않음으로써 별도 총회 및 공람을 이행하지 아니하고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도록 하며, 변경된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해 차후 총회에서 보고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있던 사안이었다.

즉, 이미 비례율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총회 이후 공람 기간 중 제출된 의견을 반영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기로 조합원들의 결의가 있었기 때문에 판례는 별도의 총회를 거치지 않고 공람 의견을 반영하더라도 조합원 등 이해관계인의 의사에 부합하다고 봤던 것이다.

또한 별도의 공람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의 하급심인 서울행정법원은 “공람 절차 등을 통한 관리처분계획의 변경에 별도 의결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에 상응해 변경된 부분에 대한 공람 절차도 거칠 필요가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봐, 당초 결의한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하는데 총회 결의가 필요 없는 경우에는 공람 절차도 필요하지 않다고 봤다(서울행정법원 2019. 2. 13. 선고 2018구합55708 판결).

 

◇ 결론

공람 의견 채택 여부는 사업시행자의 자유재량이나 별도의 총회 결의 및 공람 절차 필요 여부에 대해 판례는 공람 의견을 채택해 변경하는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을 구체적, 개별적으로 살펴봐 별도의 조합원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더라도 변경내용이 객관적으로 조합원 등 이해관계인의 의사에 부합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시행자인 조합은 공람 의견을 채택하기로 결정하는 경우 해당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변경되는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을 구체적, 개별적으로 살펴 별도의 총회 결의 및 공람 절차를 거칠지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급적 관리처분 총회 당시 관리처분계획에 ‘별도의 총회 및 공람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공람 의견을 반영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다’는 내용을 삽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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