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단의 대책’ 내놓아도 공공주도 공급만으로는 역부족 우려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라인 형식으로 1월 18일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모습.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한 번 주택 공급 확대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정책 실패를 일부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을 시사함으로써 대통령의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감을 가시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라인 형식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주택 가격 급등으로 인한 부동산 양극화가 사회적 격차를 확대하는 또 다른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신년사에서 언급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어떤 방안들을 구상하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과거 정부에 비해 주택 공급을 더욱 늘렸다”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를 잘 차단하면 충분한 공급이 될 것이라는 그런 판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부동산 투기에 역점을 뒀지만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부동산 정책 실패를 사실상 인정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에 자금이 몰리게 돼 있는 상황인 데다가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61만세대가 늘어났다. 이렇게 세대수가 급증하면서 예측했던 공급 물량에 대한 수요가 초과하게 되고, 이로 인해 결국 공급 부족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정부는 기존의 투기를 억제하는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동산 공급에 있어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 그 대책은 신임 변창흠 국토부장관이 설 전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은 “대책의 개요만 이야기하자면, 수도권 특히 서울시 내에서 공공 부분의 참여와 주도를 더욱더 늘리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한편 절차를 크게 단축하는 방식으로 공공재개발, 역세권 개발, 또 신규 택지의 과감한 개발 등을 통해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그런 부동산의 공급을 특별하게 늘림으로써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자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면서 “기대가 된다. 그 발표를 함께 기다려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과거 정부보다 부동산 공급이 늘었다고 했지만 사실 공급 대책은 최근에야 집중 발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권 초기에는 왜 그런 대책이 부족했는지, 그때 지었으면 지금 공급이 늘었을 거라는 지적도 있는데, 당시 정책적 판단을 잘못했다고 혹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작년의 경우에 무려 61만 세대가 늘어났다. 2019년에 비해 18만 세대가 더 늘어났는데, 2019년은 2018년에 비해서 불과 2만 세대 정도만 늘어났었다. 주택 수요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이렇게 늘어났기 때문에 그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긴급한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아주 획기적이고 과감한 대책, 그리고 창의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물론 그 이전에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문 대통령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음을 직접 언급하면서 “송구스럽다”는 표현까지 사용했고, 특단의 대책을 곧 다가올 설 이전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책실패의 근본원인이 부동산시장에 대한 ‘진단’이 잘못되면서 ‘처방’인 대책에 영향을 미친 것을 전면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급속한 세대수 증가, 시중 자금의 풍부한 유동성 등 여전히 외부 요인 때문에 비롯됐다는 식으로 답변해 “특단의 대책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실패했던 24번의 대책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년기자회견 이후 한 신문은 “문재인 정부 들어 1인 가구가 유독 많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면서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 대비 1인 가구 증가 폭은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6년(19만4175명)과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7년(22만1062가구), 2018년(22만9917가구)은 큰 차이가 없다. 2019년(29만8922가구)에는 증가 폭이 확대되긴 했지만 이전과 확연하게 차이가 날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1인 가구 수 집계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문 대통령의 발언이 맞아떨어지려면 ‘1인 가구 증가→1인 가구 주택 구입 증가→수요 대비 공급부족→집값상승’이란 구도가 어떤 정권이냐에 상관없이 작동해야 한다. 그런데 1인 가구가 연간 20만명 가까이 늘어난 박근혜 정부시절 집값이 지금처럼 많이 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이기는 해도 이것이 곧 집값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와 같은 집값상승 국면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면서 집값이 급등하자 자극받은 1인 가구들이 주택마련에 나서면서 불거진 측면이 강하다. 대통령이 원인과 결과를 반대로 해석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설령 특단의 대책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실제 공급은 최소 3~4년은 더 지나야 이뤄진다. 이 공백 기간에 집값안정을 가져올 만큼의 단기적인 주택공급이 얼마나 이뤄지느냐에 따라 특단의 대책도 효과를 거두느냐 아니냐 판가름 날 수밖에 없다.

단기적인 주택공급 확대는 장기간 소요되는 건설의 특성상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기존 재건축․재개발에 추가세대 건립이 가능한 인센티브 부여 등의 대안을 마련하고,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양도세 완화와 같은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입장이라 집값과 전셋값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승민 회장은 “대통령이 직접 부동산정책 실패를 언급하면서 공공재개발과 역세권 개발, 신규택지의 과감한 개발 등을 통해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공급확대를 이루겠다고 밝힌 것은 분명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공공부문의 참여와 주도를 더욱 늘리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주택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다. 공공에만 ‘특혜’를 부여하지 말고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규제로 인해 건립세대수가 크게 줄어든 재건축․재개발에 약간의 숨통만 틔워줘도 ‘특단의 대책’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로 인해 갈수록 삭막해지는 상황에서 설 이전에 내놓겠다는 특단의 대책. 이번 설이 희망의 설이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도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