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 “비용부담 및 권리‧의무 달라지는 계약은 동의 구해야”

대구고등법원은 최근 “추진위원회가 서면동의를 받지 않은 채 체결한 ‘토지등소유자의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와 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계약은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계약해지된 건설사가 기존에 지급한 대여금과 관련, 채무존재 여부 등을 다투는 소송[2020나22644(본소) 채무부존재확인, 2020나22651(반소) 보증채무금]에서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연대보증인 등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9년 2월 6일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 제11조에 의하면 시공사 선정은 조합 총회의 고유권한이므로 추진위원회가 2006년 9월 26일 건설사와 체결한 도급약정은 위 규정에 위반돼 무효이고, 도급약정이 무효인 이상 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이 사건 대여약정 및 이 사건 각 소비대차계약 역시 무효인 점 ▲이 사건 대여약정 등은 구 도시정비법 제14조 제3항의 ‘토지 등 소유자의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2008년 12월 17일 개정된 것) 제23조 제1항, 제28조 제4항에 따라 토지등소유자의 서면동의를 얻어야 하고, 추진위원회의 운영경비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서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사항에 해당하는 만큼 주민총회 의결이 있어야 하지만 추진위원회는 이 사건 대여약정 등에 대해 토지등소유자의 서면동의를 받지 않았고, 주민총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점 ▲이 사건 대여약정 등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이 사건 대여금 채무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에 해당하는 만큼 그 채무의 성립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는데, 그로부터 상사 소멸시효기간인 5년이 도과해 대여금 채무가 소멸한 점 등을 내세우면서 “연대보증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건설사측은 ▲이 사건 도급약정이 구 도시정비법 제11조에 위반해 무효라고 하더라도, 추진위원회와 연대보증인 등에게 이 사건 도급약정의 효력 여부와는 별개로 이 사건 대여 약정 등을 통해 대여금채무를 발생시키려는 가정적 의사가 인정되는 점 ▲이 사건 대여약정 등의 채무자는 추진위원회일 뿐 토지등소유자는 피고에 대해 이 사건 대여금 채무를 부담하지 않고, 토지등소유자들이 이 사건 대여약정 등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대여약정 등은 구 도시정비법 제14조 제3항의 ‘토지 등 소유자의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 점 ▲설령 이 사건 대여약정 등이 구 도시정비법 제14조 제3항의 토지등소유자의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관련 법령 및 이 사건 운영규정 어디에도 자금차입 행위에 대해 토지등소유자로부터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내세워 “도급약정과 연대보증 채무 등은 유효하다”고 맞섰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구고등법원 제3민사부는 먼저 “도급약정이 무효라고 해서 이 사건 대여약정 또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구 도시정비법령상 재개발사업 시공사의 선정은 추진위원회 또는 추진위원회가 개최한 주민총회의 권한범위에 속하는 사항이 아니라 조합 총회의 고유권한인 만큼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개최한 주민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하기로 한 결의는 무효이고, 이에 따라 도급약정 역시 무효이지만, 추진위원회와 건설사는 이 사건 도급약정이 무효임을 알았더라도 그와 별개로 이 사건 대여약정 등을 체결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대여약정 등이 무효인 이 사건 도급약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유로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다른 사유로 이 사건 대여약정 등을 무효인 것으로 봤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주민총회의 의결은 구 도시정비법 제14조 제3항에 따른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와는 별개의 절차이므로 자금차입 안건이 주민총회에서 의결됐다고 하더라도 토지등소유자의 별도 서면동의를 받을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고, 이러한 서면동의 없이는 금전소비대차계약 체결 등 후속 업무 수행에 나아갈 수 없으며, 따라서 위와 같은 서면동의, 총회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추진위원회가 운영 및 사업시행을 위한 자금을 차입하기 위해 체결한 소비대차계약은 토지등소유자의 서면동의 요건 및 총회의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구 도시정비법 제14조 제3항은 추진위원회의 업무 중 토지등소유자의 비용 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와 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것에 대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비율을 대통령령에 위임했고,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3조 제1항은 각호에서 정한 사항 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에서 그 동의 비율을 정하도록 위임했는데, 이는 문언상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비율 외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에 토지등소유자의 비용부담을 수반하거나 권리‧의무에 변동을 일으키는 것 중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는 대상을 제한적으로 선정하거나 위 서면동의를 배제할 수 있는 사항을 정하는 것까지 위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구 도시정비법 제17조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산정방법과 절차 등을 대통령령에 위임했고,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8조는 그 위임에 따라 토지등소유자 산정방법, 동의자 수 산정방법, 서면에 의한 동의 징수 방법에 대해 규정했으며, 달리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나 동의절차를 배제할 수 있는 사항 등에 대한 규정은 없으므로, 추진위원회는 그 운영규정에 ‘토지등소유자의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와 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동의 비율을 규정할 의무가 있는 점 ▲추진위원회가 운영규정에 그 구체적인 동의 비율을 규정하지 않았을 경우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토지등소유자의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와 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더라도 효력이 있다고 해석하면, 추진위원회는 구 도시정비법 제14조 제3항의 규정을 잠탈하기 위해 운영규정에 ‘토지등소유자의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와 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동의 비율을 규정하지 않을 것인 점 ▲따라서 추진위원회가 자신의 의무를 위반해 그 운영규정에 구체적인 동의 비율을 규정하지 않았을 경우, 추진위원회가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토지등소유자의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와 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하면, 그 행위는 효력이 없다고 해석해야 하는 점 등을 지적하고 “추진위원회가 토지등소유자의 서면동의를 받지 않고 이 사건 대여약정 등을 체결한 것은 구 도시정비법 제14조 제3항 및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3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므로, 이 사건 대여 약정 등은 그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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