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내에서도 강․온파 갈등 심각 … 부동산시장 혼란만 부추겨

4.7보궐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정책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은 채 횡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4.7보궐선거 패배 이후 정부와 여당이 대대적인 부동산 정책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지만, 현재까지는 재산세 감면안을 제외하고는 단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부동산 정책을 놓고 당내 갈등이 벌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 더 큰 혼란만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4주년 연설이 끝난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어쨌든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 거기에 더해 LH공사의 비리까지 겹쳐지면서 지난번 보선을 통해서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정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그런 심판을 받았다”면서도 “부동산 정책의 기조가 부동산 투기를 금지하자는 것과 실수요자를 보호하자는 것, 그리고 주택 공급의 확대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자는 것인데, 이 정책의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실패는 인정하면서도 정책기조는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4주년 연설에서 “주거 안정은 민생의 핵심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자산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철저히 차단하겠다. 실수요자는 확실히 보호하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 민간의 주택공급에 더해 공공주도 주택공급 대책을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 무주택 서민, 신혼부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수요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 부동산 부패는 반드시 청산하겠다.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국민들 마음에 큰 상처를 준 것을 교훈 삼아,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과 불법 투기의 근원을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 제도개혁을 완결 짓겠다”고 밝혔을 뿐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는 사과성 발언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나온 말이었다.

좀처럼 핵심을 짚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의 ‘화법’이 취임4주년 연설의 부동산 부문에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문제는 민심이반을 불러와 보궐선거 참패의 주요 원인이 된 부동산 정책에 있어 문재인 대통령이 모호한 화법을 사용함으로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 부동산 정책 관련 갈등을 야기했다는 데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정부의 2.4대책 발표 이후 석달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특위까지 만들어 놓고 갑론을박을 거듭하고 있지만, 재산세 감세기준을 현행 공시지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는 것만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나마 이것도 민주당 지도부가 그대로 수용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재산세 감세기준이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방안은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의 이견만 드러냈을 뿐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세제와 금융규제를 모두 풀어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다. 반면, 친문 강경파는 이런 움직임을 ‘부자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5월 12일 열린 부동산특위 첫 회의에서 “당장 재산세와 양도세가 시급하다”며 규제완화를 주문했다.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90%까지 풀어주는 방안도 거론했다.

그러자 강병원 최고위원이 5월 17일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기 위한 부동산 특위가 아니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친문 핵심인 윤호중 원내대표도 5월 18일 “양도세 중과 유예 완화는 다주택자들에게 버티면 이긴다는 신념만 심어준다”고 반대했다.

여기에 김부겸 국무총리는 “장기 1주택 보유자들을 위한 종부세 과세이연제도와 고령․은퇴자들에 대한 탄력적 세율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가 “종부세 기준을 완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자 5월 18일 “집값이 오른 것은 어떤 형태이든 불로소득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환원돼야 하는 게 아니냐”며 종부세 기준 완화 반대입장으로 선회했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여당의 갈등이 ‘당내투쟁’ 상황으로 비화되는 가운데 5월 20일 ‘제2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가 열렸지만, 역시 뚜렷한 진전 없이 기존 사항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와 국회는 시장호응도가 높은 2.4 공급대책이 보다 확실한 신뢰를 바탕으로 신속 추진되도록 5월중 관련법 개정이 절대적으로 필요 ▲2.4대책 사업과 민간재건축・재개발을 포함하는 다양한 주택공급방안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정비사업에 대한 확실한 방향과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 ▲최근 제기된 부동산이슈, 즉 기존 부동산정책의 일부 변화 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 및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것이 시급하며, 이와 관련해 기존 부동산 정책의 큰 골격과 기조는 견지하되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민의수렴, 당정협의 등을 거쳐 가능한 한 내달까지 모두 결론내고 발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지만, 사실상 기존 정책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실제로 2.4대책을 두고 “시장호응도가 높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2.4대책의 공공시행 정비사업에 대한 호응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승민 회장은 “2.4대책 관련 실무회의에 참여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진 것이 없다. 공급하겠다는 ‘언급’만 있을 뿐 공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귀를 닫고 있어 실망만 더해졌다”면서 “집값상승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공급확대다. 그리고 획기적인 공급확대를 위해서는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의 정비사업을 활성화 시키고, 민간 자력개발이 어려운 열악한 곳에 공공이 참여해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금을 많이 물려 소유주들에게 부담을 가중시켜 집을 팔게 해서 값을 내린다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정책일 뿐이다. 조세제도만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다면 모든 나라의 집값이 안정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는 ▲가격 안정 ▲투기 근절 ▲안정적 공급을 부동산 3대 원칙으로 꼽고 있다. 그런데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고, 투기는 근절되지 않았으며, 안정적 공급은 애초부터 시작되지도 않았다.

이젠 정책실패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소비자인 무주택서민과 정비사업 현장 등 실제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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