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계약서 조항 자의적 해석해 의무없는 부담시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김포한강신도시 택지개발사업’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갑질’에 제재 결정을 내렸다.

LH가 계약 시 약정한 토지사용가능시기를 지연하고서, 총 34필지 매수인들에게 그 지연기간 동안에는 납부 의무가 없는 ‘토지사용가능시기 이후 지연손해금’과 ‘재산세’를 부담시킨 행위를 적발,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6500만원 부과를 결정한 것.

공정위에 따르면, 해당 개발사업은 LH가 사업시행자가 돼 김포시의 지역발전 및 자족적 신도시를 조성할 목적으로 추진됐는데, 당초 사업기간은 2006년 12월 13일부터 2012년 12월 31일까지로 예정돼 있었다.

또한 LH는 2008년 12월 말경 이주자 등과 ‘선분양 후조성 및 이전’ 방식으로 이주자택지‧생활대책용지(토지사용가능시기: 2012. 12. 31.)를 공급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후 개발사업 부지조성공사 도중 문화재 발굴 등이 지연됨에 따라 사업계획이 변경됐고, 계약상의 토지사용가능시기도 1년 4개월간 지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는 실질적인 토지사용가능 여부를 고려하지 않은채 계약서 문구대로만 매매대금, 재산세 등의 납부를 강제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이 사건 관련 계약 조항들(지연손해금, 제세공과금 부담)은 LH의 이 사건 계약상 의무인 토지사용가능시기의 이행을 전제로 한 것인 만큼 LH가 계약상 의무인 토지사용가능시기를 이행하지도 않고 ‘토지사용가능시기 이후 지연손해금’ 또는 ‘재산세’를 매수인들에게 부담시킨 것은 계약 이행과정에서 부당하게 불이익을 준 것”이라며 “이는 LH의 내부규정 및 정상적인 거래관행에도 반하는 것으로, 매매대금 조기 회수에만 급급해 이 사건 관련 계약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는 LH가 ▲사전에 이 사건 대상 토지들의 실제 토지사용가능시기가 지연될 것임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수인들에게 즉시 그 사실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는 계약상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고, 계약상 토지사용가능시기의 지연을 예상한 일부 매수인의 정당한 잔금 납부 연기 요청을 거절한 점 ▲안내문을 통해 계약상의 토지사용가능시기 이행이 정상적으로 이행될 것처럼 매수인들을 기망한 점 ▲토지사용가능시기 지연 시 적용되는 내부규정상의 각종 의무절차나 후속조치(재산세 또는 미납 잔대금의 토지사용가능시기까지 연기 등)를 전혀 준수하지 않은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매수인들에게 토지사용 승낙서 발급 신청(토지사용가능시기의 지연으로 인한 건축 착공 등 토지사용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는 조건)을 유도해 민원 발생, 지연책임 소재, 대금 회수 지연 등 각종 문제를 회피하거나 전가한 점 등을 지적하고 “이러한 LH의 행위는 공공 택지개발 시장에서 독과점적 사업자로서 자신이 사업시행자가 돼 전국에서 시행하는 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토지 공급 과정에서 개발사업 관련 정보를 독점하는 지위나 상황을 이용, 이 사건과 동일 또는 유사한 형태의 불이익제공행위를 계속적‧반복적으로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공정거래 저해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장기간 문제가 되고 있는 ‘선분양 후조성‧이전’ 공급방식과 관련해 공기업 사업시행자의 갑질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는 향후 택지 분양 계약 후 그 이행과정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앞으로도 공정위는 공기업의 계약서 내용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적용으로 인해 거래상대방이 부당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해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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