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

“실정(失政)의 책임을 일반국민의 탓으로 전가하고, 부동산을 통한 개인의 불로소득부터 바로잡겠다고 국민들을 향해 징벌적 과세(課稅) 수준의 애먼칼을 빼든 것이다. 순서가 이미 잘못되었고, 퇴로 없는 정책은 저항만 낳을 뿐이다.”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 내용 중 일부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과 국토연구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들이 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 공동 연구한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2017년 5월 10일에 현정부가 출범한 이후 8.2대책, 12.16대책, 9.13대책, 2.4대책 등 20차례가 넘는 부동산종합대책을 지속적으로 발표‧시행했지만, 친정부 매체라고 비난받아온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2019년 여론조사에서조차 응답자의 57.6%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을 정도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특히, 연이은 대책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 소재 아파트 가격이, 국민들의 소득수준으로는 평생 동안 모아도 살수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급등해버렸다. 또한 이러한 주택가격상승은 단지 신축아파트에 한정된 현상이 아니어서 실수요자 및 세입자의 불안감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이 연구는 주요 정책분야별로 관련 부동산정책의 제도적 허점과 정책 사각지대를 파악하는 한편, 유관 정책연구기관이 협력해 실효적 대응전략을 모색함으로써 주택정책 등 사회정책과 유리된 부동산정책의 방향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보고서는 “장기적으로 주택정책의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건전하고 바람직한 부동산시장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주택정책의 기본적인 논의를 일치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대응전략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 제안한 향후 주택정책이 견지해야 할 세부방향을 살펴보자.

 

◇ 정확한 문제 진단 필요

주택정책은 사람들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고 그에 맞춰 일관된 정책수단을 활용함으로써 사람들이 시장을 예측하고 거주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시기에 따라 당면하고 있는 주택문제가 상이한 만큼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주택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 없이 정책이념에 따라 조세, 대출정책의 틀이 바뀌고, 공급정책에 있어서도 공공주도, 민간육성 등 일관성을 잃는다면 해당 정책은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만을 극대화하게 한다.

 

◇ 주택시장의 다양성 인정

주택은 거처로서 공공성 강화도 필요하지만, 개개인의 자산형성을 위한 재화일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있어 중요한 경제활동의 한 축이기도 하다. 균형 잡힌 시각에서 주택이라는 재화를 바라볼 수 있는 척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주택공급에 있어 공공이 담당해야 할 역할과 민간의 역할을 구분하고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쉽을 형성해야 한다.

특히, 국내 주택공급은 민간에서 주로 공급해 왔으며, 공공은 주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 왔기 때문에 공공주도 방식의 주택공급전략은 한계를 갖게 된다.

 

◇ 주택정책 목표 재설정해야

이론적으로 주택정책목표는 주택시장안정과 주거복지 증진이다. 주거복지 증진을 위해 정부는 임대주택공급을 늘리고, 저리의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수단을 활용한다. 반면, 주택시장안정을 주택가격안정으로 축소해 운용하는 경향들이 나타나는데, 가격의 변동성 확대는 시장불안으로 이어져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편, 주택가격 안정 자체를 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주택구입, 처분, 보유, 거래 등의 단계에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과도하게 활용할 수 있다.

구입, 처분, 보유, 거래가 안정적인 주택시장을 만들기 위한 주택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정책수단의 조합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사전 예측시스템 마련

주택정책수단의 적절한 운용과 효과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개별정책수단을 활용하게 되면 정책수단 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매매시장안정을 위해 도입한 실거주요건이 전세물건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되면서 전월세가격이 상승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됐는데, 여기에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서 전월세시장은 더욱 혼란이 가중됐다.

이러한 정책수단 간 충돌은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는 만큼 사전에 정책수단 간 충돌을 충분히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정책수단의 잦은 변경 지양해야

대책이 발표되면서 시장상황에 따라 조세, 금융규제 등을 조금씩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경향이 정부의 주택정책에서 흔히 나타난다. 특히 조세관련제도를 주택정책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수시로 제도를 변경해 전문가들조차도 복잡해서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니, 결국 국민들의 피해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조세를 완화하면 주택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주택시장균형이 깨지고, 조세를 강화하면 주택거래가 급감하면서 주택시장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반복된다. 조세와 금융정책의원칙을 수립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운용해야한다.

 

◇ 용어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

주택정책에 있어 실수요자, 서민, 투기 등의 용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개념을 설정한 후, 이에 근거한 주택정책을 수립하고 적절한 정책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다주택자에 대해 때로는 임대주택공급자로서의 순기능을 강조하고, 때로는 투기꾼의 역기능을 강조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개인임대사업자와 법인임대사업자에 대한 구분도 지속가능한 제도를 갖추고 있지 않아 안정적인 민간임대시장 정착이 어려운 상황이다.

 

◇ 민간과 함께해야

양질의 주택건설을 촉진하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적절한 수급을 통해 주택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의 주택공급 특성을 이해하고 과도한 개발이익은 환수하더라도 적정한 사업수익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민간과 함께하지 않고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공급정책은 한계가 있다. 최근 5년(2015~2019년)간 공공의 공급능력(전체 인허가 물량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인허가 물량)은 13.2%였으며, 전체 공급물량 중 86.8%를 민간이 공급해 왔다. 특히 서울은 공공이 전체 물량의 5.1%만 공급했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공공이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점차 공공이 공급하는 주택물량을 늘려간다고 할지라도 시장의 수급균형을 유지하려면 민간도 지속적으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민간의 주택공급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공급전략마련이 필요하다.

 

◇ 주택공급 안정화 정책 필요

주택공급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경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해야 한다. 주택공급정책을 추진할 때 신축 주택공급과 기존주택의 거래관점에서 살펴야 하며, 공공의 공급과 민간의 공급간 조화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사람들 중에는 민간이 공급하는 품질이 좋은 고급브랜드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고, 공공이 공급 해주는 저렴한 가격의 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공공이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하더라도 민간이 직접 시행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주도, 공공주도, 민관협력 등 주택을 공급하는 다양한 모델이 공존해야 하며, 차질 없는 주택공급을 위해 민간참여를 유도하려면 민간분양시장 정상화가 필요하다.

현재 민간분양시장을 규제하고 있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 관리지역 제도를 점검해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주변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로 신규분양시장에 집중되고 있는 주택수요를 재고주택시장으로 분산해야 한다.

 

◇ 정부의 과도한 개입 지양해야

주택수요는 소득(저축)에 기반한 실(거주)수요와 차입에 의존하는 투자(투기)수요가 있다. 아직까지 투자수요와 투기수요에 대한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투기수요억제를 위한 정책들로 인해 오히려 소득(저축)에 기반한 실(거주)수요마저 위축시키는 결과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공공주택수요이외에 시장의 주택수요까지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시장균형을 왜곡하고 있다. 정부의 시장개입을 공공지원대상가구로 한정해 최소화하고 시장기제가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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