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이재현 수석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이재현 수석변호사

∥ 사실 관계

피고인은 2016년 12월 16일 경 법무법인과 체결한 사건위임계약서를 서류가 작성된 후 15일 이내에 공개하지 아니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됐다.

한편, 피고인은 2009년 10월 27일 재개발조합 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됐고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추진위원장 선출을 위한 주민총회를 개최하지 못했다. 이후 2011년 10월 27일 임기가 만료된 날부터 약 5년여가 도과한 시점인 2016년 10월 25일에야 비로소 주민총회를 개최해 추진위원장을 선출하는 총회를 개최했고, 다시 추진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그런데 위 2016년 10월 25일자 선출총회에 대한 총회결의무효 확인의 소가 2019년 4월 11일 원고 승소로 확정됐고, 판결이 확정됨과 동시에 위 추진위원장 선출총회는 그 결의의 효력이 소급적으로 상실됐다.

 

∥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선출총회가 무효로 확인된 경우 선출결의의 효력은 처분 당시로 소급해 효력을 상실하고 이에 선출된 추진위원장 지위 역시 소급해 상실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은 ‘추진위원장’으로 볼 수 없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위반죄의 위반주체가 될 수 없다고 변소했다.

 

∥ 법원의 판단(서울동부지방법원 2020고단2611 판결)

법원은 “▲도시정비법에서 추진위원회위원장에 대해 처벌규정을 둔 취지는 그 직위의 공적인 성격 및 그 업무집행 내용이 다수인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에 대한 통제수단을 두고자 함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추진위원회위원장의 지위에서 법에 위반하는 행위를 한 이상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볼 여지가 타당한 점 ▲형사법과 사법이 추구하는 목적과 위반시 제제방법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므로 임원선임결의가 소급적으로 효력을 상실한다고 하여 그 처벌필요성마저 소급적으로 상실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피고인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한 2016년 10월 25일자 총회 결의의 효력 등과 관련해 진행된 소송이 2019년 4월 11일 확정돼 위 결의가 무효로 되기는 했으나 구체적 무효 원인 및 피고인이 장기간 실제 추진위원회위원장 직위를 수행해 온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춰 그 가벌성이 소멸된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에 비춰보면, 위 관련 판결의 확정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범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단해 피고인의 무죄변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결론

과거 대법원(2014년 5월 22일 선고, 2012도7190 전원합의체 판결)은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위반죄 또는 제86조 제6호 위반죄는 조합임원만 그 주체가 될 수 있는데,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가 된 경우 행정주체인 공법인으로서의 조합이 성립됐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조합설립 인가처분 무효 전에 조합장, 이사, 감사로 선임된 자는 조합임원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위반죄 또는 제86조 제6호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과거에 무효인 조합설립 인가처분이 있었다는 이유로 유효한 조합의 존재를 전제로 한 어떠한 법률 효과를 인정하는 것은 무효의 법리에 어긋나고, 특별한 근거 규정도 없이 유효한 조합 및 조합임원과 마찬가지의 지위를 인정해 형사처벌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으며, 이는 행위자의 개별적인 인식 여부에 좌우될 것도 아니다”라고 본 바 있다.

위 대법원 판결은 비록 조합설립 인가처분이라는 행정처분이 무효로 된 사안이기는 하지만, ‘무효의 법리’란 공법상의 행정처분뿐만 아니라 사법상의 법률행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위 대법원 판결상의 법리는 이 사건에도 적용돼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위 사건 원심은 “형사법과 사법이 추구하는 목적과 위반시 제재방법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결의가 무효로 된다고 하여 그 가벌성이 소멸된다고 보이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있는 바, 이는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지적하는 형사법만의 독자적인 판단영역이 있는 것을 전제로 판단한 전형적인 경우로서, 형법의 적용이나 해석의 영역이 사법상·공법상의 법리보다 우선한다는 입장에서 이 사건을 바라본 명백한 우를 범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범죄는 피고인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한 결의에 관한 무효확인의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범행 당시 피고인이 추진위원장의 지위를 소급적으로 상실하게 됐으므로, 범행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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