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현 나철용 변호사

[지역주택조합 사업 바로 알기]

 

법무법인(유한) 현 나철용 변호사

∥ 문제의 소재

주택법령은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특정 안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총회에서 의결방식은 조합원 본인이 참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서면에 의한 방식과 대리인에 의한 방식을 허용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한편,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4항에서는 총회 의결시 조합원의 10% 이상 또는 20% 이상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총회 개의요건인 ‘직접 출석’에 대리인에 의한 방식, 즉 대리인이 출석한 것이 포함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다.

 

∥ 법원의 판단 및 법제처 해석

가. 법원 판례의 주류적 입장

“조합원의 대리인이 조합원 본인을 대리해 총회에 출석한 경우에도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4항의 ‘직접 출석’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 판례의 주류적 입장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법원은 ▲총회 개의요건으로서 ‘직접 출석’을 규정한 주택법 시행령이 신설된 주된 취지는 총회 의결시 일정비율 이상의 조합원이 직접 출석하도록 함으로써 조합 운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것인 점 ▲위 규정이 신설된 것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및 조치사항 권고에 따른 것인데, 이는 당시 시행중이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의 직접 출석 규정을 토대로 한 것으로서 당시 도시정비법령 해석상 대리인 출석의 경우 직접 출석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하급심 실무례가 형성돼 있었던 점 ▲대리인을 통한 의결권 행사는 본인으로부터 권한을 수여받은 대리인이 총회에서 의견형성 및 수렴 절차를 거칠 수 있으므로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에 비해 조합원의 의사가 왜곡될 가능성이 적은 점 ▲대리란 사적자치원칙의 확장 내지 보충에 따라 인정되는 것으로서 법령 등에 명시적인 근거가 있거나 행위 성질상 대리가 불가능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대리인에 의한 권리행사를 제한할 수 없는 점 ▲대리인 출석을 제한한다면 본인이 출석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 조합원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돼 ‘직접 출석’ 규정을 신설한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이를 종합하면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4항의 ‘직접 출석’은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시하면서 ‘직접 출석’에 대리인에 의한 방식이 포함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대구지방법원 2018. 9. 6. 선고 2018가합204286 판결, 대구고등법원 2019. 6. 13. 선고 2018나24609 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19. 12. 11. 선고 2018가합57070 판결 등).

 

나. 법제처 법령해석

반면 법제처는 동일 사안에 대해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4항의 ‘직접 출석’에는 대리인이 조합원 본인을 대리해 출석하는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4항의 직접 출석은 총회에서 조합원의 진정한 의사가 왜곡될 수 있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방향으로 해석돼야 한다. 한편, 주택법령에서는 총회에 참석할 수 있는 대리인의 자격 및 범위와 관련해 이를 제한하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총회 의결절차에서 대리인 1명이 다수의 조합원을 대리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된다. 그렇다면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4항에 따른 직접 출석의 경우에도 대리인 출석이 가능하다고 볼 경우 대리인 1명의 출석만으로도 조합원 100분의 10 또는 20 이상의 직접 출석 요건을 충족하게 돼 다수 조합원에 대해 동의 여부 등을 기재한 서면결의서를 징구하거나 서면결의서를 매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합원의 의사가 왜곡되는 폐단을 방지할 수 없게 된다(법제처 2020. 1. 23.회신 19-0497)."

 

∥ 검토

가. 주택법령은 총회의 개의요건으로서 ‘직접 출석’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가 주택법 시행령이 2017년 6월 2일 개정되면서 제20조 제4항을 개정해 ‘직접 출석’에 관한 규정을 신설했다.

헌데 정비사업에 관한 도시정비법에서는 직접 출석을 규정하면서 대리인을 통한 의결권 행사의 경우에는 직접 출석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반해, 주택법 시행령은 이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실무상 지역주택조합 총회 결의의 효력을 다투면서 ‘직접 참석’의 충족 여부에 관해 그 의미와 범위가 쟁점이 되는 것이다.

주택법령에 ‘직접 출석’에 관한 규정이 도입된 것은 국민권익위원회가 2015년 당시 시행중이던 도시정비법령상 직접 출석 규정을 토대로 “주택법령에도 조합 운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직접 출석’ 규정을 도입할 것”을 권고한 것에 따른 것이다. 당시 도시정비법은 대리인을 통한 의결권 행사의 경우 직접 출석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았지만 ‘직접 출석’은 본인이나 대리인이 총회에 직접 출석한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하급심 판례의 해석 및 통설적 견해였다.

또한 주택법령의 개정 이유에서도 “서면결의서 일괄 징구, 매수 등의 서면결의가 악용돼 조합원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 폐단을 막기 위한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해석할 때에는 관련 규정이 신설된 배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 대리(代理)는 ▲대리인이 그 권한 내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한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게 그 효력이 생기고(민법 제114조 제1항) ▲상대방이 대리인에게 한 행위의 효력 역시 본인에게 직접 효력이 생기게 하는(민법 제114조 제2항) 제도로서 개인의 활동범위를 넓혀주고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지역주택조합 총회 결의방식에서 대리인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달리 제한하는 명시적인 별도 규정이 없는 것은 이러한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 하고, 총회 개의요건으로서 새롭게 규정된 ‘직접 출석’의 의미와 범위를 파악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대리 제도를 원칙적으로 부정하지 않는 취지가 고려돼야 한다.

다. 한편, 법제처 법령해석은 총회에 참석할 수 있는 대리인의 자격 및 범위와 관련해 이를 제한하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총회 의결절차에서 대리인 1명이 다수의 조합원을 대리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헌데 도시정비법이 대리인의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을 명시적으로 두고 있는 것은 정비사업의 경우 토지 및 건물 등 종전자산을 출자하고 사업에 따른 이득과 손실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의 이해관계 및 조합원간 동질성이 강한 만큼 타 조합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한 것으로, 이를 지역주택조합사업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별도로 대리인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할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또한 어느 1인의 대리인이 수개의 위임장을 들고 총회에 참석했다면 ‘조합원의 의결권은 평등해 조합원 1인이 의결권을 다수로 행사할 수는 없다’는 점에 비춰 이를 1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것으로 봐야 하는 것(어느 조합원이 직접 출석한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는 별론), 즉 수임권(受任)의 범위에 관한 해석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이러한 예외적인 사정을 논거로 대리인의 의결권 행사를 ‘직접 참석’에서 제외하는 것은 대리 제도에 반해 조합원에게 과도하게 불리한 해석인 것으로 사료된다.

이외에도 2016년 12월경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표준규약안은 ▲제24조 제1항에서 일정한 총회 의결의 경우 직접 출석을 규정하고 ▲동조 제4항에서 조합원은 서면이나 대리인을 통한 의결권행사를 허용하면서 이 경우 직접 참석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다음 ▲동조 제6항에서 대리인이 의결권 행사를 하는 경우 성년자를 대리인으로 정해 조합에 위임장을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표준규약안은 주택조합의 규약에 반영돼야 할 방법을 예시하는 가이드라인으로서 법적 구속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술한 바와 같이 주택법령은 총회의 개의요건으로서 ‘직접 출석’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가 2017년 6월 2일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표준규약안 제24조 제1항과 동일하게 ‘직접 출석’에 관한 규정만을 신설했을 뿐, 달리 대리인 참석의 경우 직접 출석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규정은 반영하지 않았으므로 표준규약안의 내용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생각된다.

상기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대리인에 의한 의결권 행사의 경우 대리인이 총회에 출석한 것을 두고 ‘직접 출석’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법원 판례의 해석이 법제처 법령해석보다는 더욱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라. 다만, 국토교통부의 표준규약안은 현재 대다수 사업초기 조합에서 초기 규약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위와 같이 대리인에 의한 의결권 행사의 경우 ‘직접 출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규약이 있는 경우 총회 결의를 거쳤다는 점에서 규약 내용 그대로 ‘직접 출석’이 아니라고 판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러한 규약 내용을 그대로 두는 것은 향후에 총회 의결을 두고 불필요한 논란과 법적 분쟁을 야기하고, 그로 인해 사업 진행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해당 규약을 개정해 법원의 주류적인 해석론과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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