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하늘 / 자유기고가

로마는 서양 문명을 대표하는 도시이다. 작은 도시 국가였던 로마는 차츰 세력을 넓히면서 주변 국가들을 정복하기 시작해 서쪽으로는 영국, 동쪽으로는 터키를 넘어 중동 지역, 남쪽으로는 아프리카 사하라 지역, 북쪽으로는 북유럽 대부분을 정복하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드넓은 제국을 이룬 로마는 많은 국가와 민족을 지배하기 위하여 실용적인 문화를 발전시켰는데, 서양 법률의 틀도 대부분 로마법에서 비롯되었으며, 영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도 바로 로마인들이 사용하던 라틴어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오늘날 초고층 빌딩으로 상징되는 도시 건축물들의 기본재료인 콘크리트 역시 로마시대에 화산재와 석회석을 섞어서 것이 시초이다.

작은 도시국가였던 로마가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길’이다. 로마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대제국 로마는 바로 이 ‘길’을 통해 시작됐고 완성됐다. 그래서 17세기 프랑스의 작가 라 퐁텐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표현했던 것이다.

로마의 ‘길’을 닦은 것은 군인들이었다. <로마인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군은 곡괭이로 이긴다”고 했을 정도로 전시가 아닐 때 로마군의 주 임무는 길을 만드는 것이었다. 로마군이 닦은 길은 실로 견고하였다. 우선 지면을 1~2m 정도 파고 그 위에 모래를 깔고 롤러로 다졌다. 그리고 30㎝ 정도의 자갈을 깔고, 여기에 또 주먹만한 돌을 넣은 뒤 그 위에 다시 호두알만한 자갈을 깔았다. 그 자갈은 몰타르로 접합되어 틈새가 전혀 없었다. 돌 위에는 또다시 자갈과 모래를 깔았고, 끝으로 크고 평평한 돌을 깔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길을 통해 로마는 세계를 향해 진군했고, 대제국 로마를 건설했던 것이다.

‘길’은 ‘소통’의 시작이자 끝이다. 작은 도시국가였던 로마는, 비록 전쟁을 통한 정복이라는 방법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바로 이 길을 통해 세계와 소통했고, 결국 서양문명을 발아시켰다. 고구려 이후 좁은 반도에 스스로를 가둔 채 외적의 침입이 두려워 ‘길’ 닦는 것을 두려워하다 몽고군에 의한 ‘삼전도의 굴욕’과 일제 식민치하라는 치욕을 겪었던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새삼 뼈아프게 다가온다.

현대의 길은 물리적인 도로뿐만 아니라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의 도로’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다행이도 우리는 이 ‘정보의 도로’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이 도로를 통해 세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때, 훗날 ‘모든 길은 대한민국으로 통한다’는 말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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